명분 팽개치고 ‘비례정당’ 선택… 민주당, 양날의 칼

당원투표 30.6% 참여해 창당 결정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여당이 앞장서서 개정한 선거법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나선 것이다. ‘자기배반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실리적 측면에서도 승부수가 될지, 정치적 도박이 될지 불분명하다.

민주당은 13일 당원 투표를 통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표는 전 당원 78만9868명 중 24만1559명(투표율 30.6%)이 참여해 74.1%(17만9096명)가 찬성했고 25.9%(6만2463명)가 반대했다. ‘미래한국당’을 통한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막으려면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당의 지지층 사이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미래통합당은 페이퍼 위성정당이라는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는 만행을 저질러 선거법 개혁 취지를 훼손했다”며 “당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의 모습을 국민께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애초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미래한국당에 대해 “가짜 정당” “꼼수 정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총선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당 지도부가 동조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대로 가면 통합당은 지역 선거구에서 지고도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장회사의 우회상장 편법이익으로 원내 1당이 될 게 뻔하다”는 보고서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자신들이 비난해온 미래통합당과 똑같은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선 범여권 정당의 반발과 공조 이탈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없이 ‘마이웨이’ 고수를 예고한 상태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양당 중심의 정치를 지양하고 다원화된 유권자 선호를 더 반영하기 위해 선거제를 개혁하려 한 것인데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정의당과 민생당은 굉장히 절망스럽다”며 “범여권의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실무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비례대표 후보 수와 순번 등을 두고 다른 군소정당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소정당 비례대표 후보의 경쟁력과 인사 검증을 놓고 논란이 생길 여지도 남아 있다.

여당이 ‘선거제 개혁’이라는 스스로의 명분을 포기하면서 중도층 이탈도 예상된다. 무당층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경우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는 당락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해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명분이라도 있다”며 “민주당은 변명도 대기 어렵다.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제도를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김용현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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