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1-대형마트
“필요한 것만 담고 가려고요, 예전에는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한 40대 부부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최근 달라진 것이 있느냐’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고 있는 만큼 마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필요한 것을 미리 적어두고 왔다”며 기자에게 우유와 계란 등이 적힌 핸드폰의 메모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대파와 양파 등 식재료부터 휴지와 세제까지 한살림이 빼곡했다. 아내는 운영 중인 옷 가게를 휴업했고, 남편은 회사 조치에 따라 재택근무 중이라고 했다. 실내 생활이 늘고 집밥 식사가 많아졌다는 것. 최근에는 외식도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배송은 2~3일이 걸려 직접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부부는 메모를 따라 축산코너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을 보는 풍경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퇴근 후 이것저것 물건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장 보기를 즐겼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생필품만 양껏 고른 후 자리를 뜨는 속전속결 장 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품절과 배송 지연, 할인상품 구매 등의 이유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인근 중림동에서 혼자 거주한다는 30대 직장인은 “출근 시간 이후 물건 받기가 곤란해 원래부터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서 “코로나 이후엔 대신 한번 나올 때 가급적 많이 구입해 방문 횟수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산대로 향하는 그의 장바구니에는 맥주와 소시지 등의 먹거리가 가득했다.
이날 마트를 찾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종종걸음으로 장 보기에 집중했다. 앞선 부부와 같이 적어온 메모를 확인하는 모습도 얼핏얼핏 눈에 띄었다. 이러한 속전속결 장 보기에 시식 코너와 떨이 매대, 푸드코트 등은 울상이엇다. 한 시식 코너에서 만난 매장 직원은 “사람들이 살 것만 사고 금방금방 자리를 뜬다”고 현장 분위를 전했다.
장 보기 속도는 빨라졌지만 사람들의 카트와 양손의 장바구니에는 즉석밥과 우유, 라면, 계란 등이 가득했다. 재택근무와 휴교 등으로 가족들의 집안 체류가 늘면서 자연스레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재기 현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 역시 사재기란 말에 손사래를 쳤다. 즉석밥 코너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우리나라와 같이 주변에 구매처가 많은 곳에서 사재기가 무슨 말이냐”며 “마트에 오는 일을 좀 줄이려다 보니 평소 보다 조금 더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라면을 카트에 담고 있던 한 주부 역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사재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라면과 즉석밥 등을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매대가 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등의 판매가 늘었지만 사재기와는 다르다”면서 “재고 역시 넉넉할뿐더러, 공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집안 생활이 길어졌음을 고려하면, 라면 등의 구입 증가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사람들은 물건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보다 휴교와 휴업 등의 피해를 더 걱정했다. 한 40대 여성은 “유치원 휴원으로 두 아이의 간식과 식사를 직접 챙기고 있는데, 휴원 기간이 더 길어질까 걱정”이라며 “봄날에 장도 마음 놓고 편히 볼 수 없으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르포2-전통시장
전통시장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소비행태도 바뀌고 있다. 비대면 소비, 이른바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이러한 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오프라인과 전통시장 소비 진작을 위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일선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민생·경제 종합대책 일환으로 온누리상품권의 1인 구매 한도를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발행 규모도 2억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렸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시 약 5% 가량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용률이다.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의 결재 비중은 전체의 3.5% 수준에 그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비 촉진과 이용편의를 위해 온라인온누리상품권의 발행에 나섰지만 온라인 사용 비중은 상품권 사용량의 1.6%에 불과하다.
지난 7일과 10일 각각 찾은 서울 길음시장과 경동시장에서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이러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길음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다 뭐다 해서 몇주째 (손님)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놀 수는 없으니 나와서 앉아있기는 한데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A씨의 매장 입구에는 반쯤 사용한 손소독제가 비치돼있었다. A씨는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서 “나이 많은 어르신들한테 위험하다고 하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말 확 줄었다”고 덧붙였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B씨는 “며칠째 문을 닫다가 잠깐 일이 있어서 오전에 문을 열었다”면서 “주변 상인들도 다 (가게 문을) 닫아서 시장이 휑하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반응도 회의적이었다. B씨는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쓰는 경우를 못봤다”면서 “(발행량·구매제한 확대도)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시장은 평소보다 사람이 없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지난 1월 길음시장을 찾았을 당시보다 기온이 올라 따듯했음에도 일부 문을 연 상점 주인들을 제외하고 오가는 행인도 찾기 어려웠다.
20여분만에 만난 행인 C씨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기 위해 시장을 가로지르는 것일 뿐 구매를 위해 방문한 것은 아니다”라며 “몇 년째 출퇴근 동선이라서 다니고 있지만 요즘만큼 사람이 없는 적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길에 지나면서 눈에 들면 찬거리를 사곤 했는데 요즘은 가게도 문을 닫다 보니 뭘 사지는 않는다”며 “마트 전화주문이나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봤거나 사용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용해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동시장은 서울약령시, 경동신시장, 경동구시장, 경동빌딩, 한솔동의보감, 그리고 유사시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약 10만㎡(3만250평) 규모에 달한다.
국내 최대의 약재시장으로 소비재 판매 역시 상당하지만 이달 10일 기자가 찾은 경동시장에서는 북적이던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시장 진입로부터 길게 이어지던 가판 등은 대부분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한약재를 판매하는 D씨는 “약재 거래하는 사람 외에 일반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회기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말을 들어서 겁이 나긴 한다”고 우려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E씨 역시 “손님이 없다”면서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몇 주 사이에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서는 그는 “대부분 카드를 쓰고 요즘은 현금도 거의 안 내는 추세”라면서 “받아본 적은 몇 번 있는데 정말 손에 꼽는다”고 덧붙였다.
조현우·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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