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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제도 손바닥 뒤집듯하니 사교육에 몰릴 수밖에

공공성 강화는 이번 정부의 국정 전반에 스며 있는 정책 기조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주요 국정 과제로 채택됐다. 쉽게 말하면 사립 교육의 비중을 줄이고 국공립 교육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를 축소 정도가 아니라 결국 폐지한 것도 이런 국정 기조에서다. 사립대학 비중을 줄인다는 목표 아래 ‘공영형 사립대학’의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강화’가 모토인 이번 정부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참 당혹스럽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0조9970억원으로 2018년(19조4852억원)에 비해 1조5118억원 늘었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규모는 더 커졌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전년(29만1000원) 대비 10.4%(3만원) 증가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 폭이다.

사교육비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3년 연속 급증했다. 교육부는 ‘가계소득이 늘어서’ ‘자녀 수 감소 추세’ 때문이라고 하지만, 과거 통계 수치 등을 살펴보면 궤변에 가깝다.

수십 년간 시행돼 정착 단계에 들어선 교육제도를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조변석개 정책이 주범이다. 지난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는 2024년 서울 주요 대학 정시 비중을 40%로 확대하고,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수월성 고교 축소·폐지가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한다는 것은 연구 결과뿐 아니라 현실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 정시 확대도 사교육비를 폭증시킨다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이번 정부는 대표적인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꼽히는 ‘방과후 교육’에는 공을 들이지 않았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불안감이 하루 아침에 방향을 바꾸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결합해 사교육 급팽창으로 나타났다. 정책이 실행될 현장은 살피지 않고 이념이 최우선인 이번 정부의 고질이 교육에서도 역풍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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