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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로 미루고 까다롭고… 이게 긴급 ‘코로나 대출’인가

입력 : 2020-03-10 04:01/수정 : 2020-03-10 16:06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타격을 받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그나마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이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버틸 여유가 있다. 가장 위태로운 것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이다.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을 넘어 80~90%가 감소한 가게와 업종이 속출하고 있다.

종업원 10인 미만의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소상공인들은 주로 정부지원금을 구하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문을 두드린다.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 접수 시작 3주 만에 4만3000건(금액 2조2300억원)이 몰렸다. 소상공인들을 낙담시키는 건 심사와 집행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제출 서류도 많고 소진공에서 확인서,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받은 뒤 다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대출받는데 두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망한 뒤에야 돈 빌려줄 거냐”라는 아우성이 나올 만하다.

중기 대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은행에서 1.7% 저금리로 대출한다고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신보)이나 기술보증기금(기보) 등에서 보증을 받아야 한다. 보증보험 수수료도 1% 중반이라 경영안정자금 금리가 실제로는 3% 중반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이 기업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시행 중인 ‘한은 금융중개지원’ 대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대출은 은행이 먼저 돈을 빌려주면 한은이 사후적으로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은 저리 자금을 은행에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자금지원 조건이 까다롭고 은행의 태도도 평상시 기업 대출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보와 신보에서 보증서를 끊어와야 한다고 미루기 일쑤다. 한은이나 정부가 은행에 저리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업 사정이나 신용을 판단해 적극적으로 대출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소상공인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존 보증 한도가 찼으면 신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긴급 경영안정자금’이라고 하지만 정작 다급한 기업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천재지변에 비교할 비상상황이 발생한만큼 기업의 보증 한도를 한시적으로나마 늘려줘야 한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소상공인·중기에 대한 대출 절차와 기준을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돌다리를 두드리며 갈 때가 아니라 혜택을 입는 대출자 수와 대출 속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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