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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옥중 정치’ 빌미로 진영 대결 부추기지 말라

때아닌 전직 대통령의 옥중 편지가 총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일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힘을 합쳐줄 것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내놨다. 태극기세력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연대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즉각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이 ‘박근혜 정당’임을 확인시키는 물증”이라며 야당 심판론을 부각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돼 25년형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반성은커녕 총선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 옥중의 전직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총선을 치르려는 제1야당은 더더욱 비판받아야 한다. 3년 전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사과하며 환골탈태하겠다던 제1야당이 지금 무슨 명분으로 다시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 세계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국격이 실추될 대로 실추됐던 일을 새카맣게 잊은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통합당 내부에서조차 옥중 편지를 두고 “이제는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무엇보다 불행한 탄핵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시대착오적 정치는 우리 사회를 다시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 간 대립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구도가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옥중 편지를 계기로 ‘탄핵 잔당세력’ 운운하며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념 대결로 알량한 표를 긁어모으겠다는 심보는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총선이 40일 남았다. 다수의 침묵하는 유권자들은 여야가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지, 과거를 놓고 경쟁하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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