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게임 산업의 향방을 가를 ‘게임법’이 전면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방향타를 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사업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진흥을 위한 다양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업계에서는 “진흥을 가장한 규제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률형 아이템 등 논란의 핵심은 이용자 불만”이라며 보완을 주장했다.
문체부는 지난 18일 공개한 게임법 전부개정안 초안이 예상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예정에 없던 토론회를 몇 차례 더 열어 추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을 세웠다.
게임 업계의 반발뿐 아니라 연구를 맡은 전문가들도 정의나 단어 선택에 있어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처음 개념 정의가 이뤄진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표현이 모호해 업계에서 통용하는 개념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얻는 게임 내 아이템을 통칭하는데 개정안에서는 유료로 구매하는 우연적 요소의 아이템으로 한정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역차별 요소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주요 게임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협회는 법률 개정에 앞서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개정안에서 청소년 연령을 만 19세 미만으로 정의했는데 영화·비디오 등 타 콘텐츠 산업이 만 18세 미만으로 청소년을 정의하는 것에 비춰 명백한 게임 역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게임 업체들에게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 들어간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의무 표시’ ‘광고 사전 심의’ 등을 해외 기업에 적용할 방안이 뚜렷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 규제를 위한 개정안이 아니냐”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고시는 이미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미준수 게임은 대부분 해외 게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래 문제가 된 선정적 광고는 중국 게임사가 원인이었는데 규제는 국내 게임사들이 뒤집어쓰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직접 정부가 관리하는 규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현업에 종사 중인 이들의 고충이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산업 진흥도 아니고 이용자 보호도 아닌 모호한 내용이 많다”면서 “업계 의견보다는 정책적 보여주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의 연구를 맡은 이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근본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정원 한양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는 이용자 불만이 핵심”이라면서 “이용자들이 왜 불만을 느끼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배관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 문제가 논란의 본질인데 정보공개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가 협소하게 정의됐다”면서 “우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회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게 맞다”면서 “업계에서 이 정도로 반발하는 건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게임을 잘 만들면 된다. 계속 법 핑계를 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 기간이 상당히 짧다. 조항 하나하나가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글·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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