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식기도 중에 본 숫자 ‘3617’

Է:2020-02-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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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도 되는 목회 <6>

2005년 제주 노형동 상가교회 시절 고웅영 목사의 아내인 임영이 사모가 전도한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제주 개척의 ‘관문’을 여는 일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제주지방회의 허락을 받고 나서도 계속됐다. 이젠 장소가 문제였다. 제주 복음화율이 5%도 안 되던 2005년 건물주에게 교회 공간을 허락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런 말도 들었다. “죄송하지만 한 건물에 두 신(神)이 있으면 부정을 탑니다.”

예배 장소를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 후 감리교 지방회 임원 모임에 와서 인사하라는 연락이 왔다. 예배 장소를 구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모임 후 한 목사님이 다가왔다. “고 목사님, 마침 교회 자리가 하나 있는데 가보지 않겠습니까.”

현장으로 향했다. 제주 노형동 도로 옆 건물이었다. 이 거리엔 23개의 관광호텔 주점 노래방 안마시술소 점집 룸살롱 등이 가득했다. 6층짜리 상가빌딩 3층엔 작지만, 성구 일체가 갖춰진 교회가 있었다. 66㎡(20평)의 예배실과 66㎡(20평)의 생활공간으로 돼 있어 교회와 사택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곳이었다.

소개해준 목사님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곳을 임차해서 목회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임대인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강제로 쫓겨나 몸만 나왔습니다. 큰 손실을 보고 현재 다른 곳에서 목회하고 있죠. 그런데 수년간 묶여 있던 건물이 얼마 전 풀렸어요. 이곳을 쓰시죠.” “오, 할렐루야!” 나는 농담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목회자가 떠난 ‘페이퍼 교회’의 이름을 받고 ‘쫓겨난 교회’ 장소를 받아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교회 지하는 술 마시는 노래방이었다. 2층은 도박게임장, 4~5층은 업소 여성이 들락거리는 안마시술소였다. 6층은 양주를 파는 바였으며, 3층 교회 벽을 맞대고 골프연습장이 있었다. “딱, 딱, 딱.” 밤까지 골프공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아내는 이날부터 3년 후 교회를 이전하기까지 영적 씨름을 계속했다. 새벽까지 올라오는 노래방 소리에 새벽부터 깨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골프공의 굉음보다 더 크게 찬양했다. 저녁 시간엔 아내와 함께 지역 골목을 걸으며 술집과 도박장이 사라지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전도 중에 파출소장을 만났는데, 2005년부터 성매매방지특별법에 저촉돼 제주를 떠난 성매매 여성이 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기도의 결과 그 거리는 의류판매장이 가득한 중국관광특구 거리로 바뀌었다. 지금은 일반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됐다. 이런 관문을 통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성령 안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기도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존재로 부르셨다.’

이렇게 환경의 여러 관문을 통과하고 부닥친 새로운 관문이 있었다. 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나님, 제가 제주에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관점에서 제주는 어떤 곳인가요. 주님의 음성과 인도하심에 따라 제주에 오긴 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는 장기적인 목회가 불가능합니다.’ 10일간 금식하면서 씨름했다. 금식기도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강단에서 엎드렸는데, 두 손에 검붉은 피가 가득했다. 눈을 뜨면 사라지고 눈을 감고 기도하면 다시 보였다. 그리고 숫자 ‘3617’이 떠올랐다. 처음 있는 일이라 매우 당황스러웠다.

직감적으로 성경을 폈다. 36장이 있는 성경은 8권이었다. 에스겔 36장 17절을 열었다. 전율이 느껴졌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상태를 여인이 월경 중에 흘린 부정한 피와 같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제주라는 섬이 그랬다. 우상숭배와 억울한 죽음으로 얼룩진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에스겔 36장을 통해 과거의 어둠과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제주를 통해 행하실 선교의 미래 비전을 깨닫게 됐다. 주님은 이런 방법으로 제주를 품게 하셨다.

그리스도인이 모든 문제에 답을 얻는 길은 단순하다. 기도와 말씀이 만나는 그 지점이 해답이고 길이다. 그래서 기도하며 진리의 말씀 위에 서 있을 때 바른길로 인도함을 받는다.

고웅영 목사 <제주새예루살렘교회>

정리=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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