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속출하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들이 19일 하선을 시작했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탑승객 전원을 선내에 격리 조치했다가 집단 감염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끝에 음성 판정자에 한해 하선을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하선한 승객을 다시 격리·관찰 조치하지 않고 곧바로 일상으로 돌려보내 추가 확산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도 크루즈선에서 79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68명은 발열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였다.
요코하마항 정박 당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과 승무원 3711명 가운데 이날까지 3011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감염자가 621명으로 집계됐다. 양성 판정 비율은 20.6%에 달한다. 이날 크루즈선 이외에 일본 각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6명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감염자는 80명에 달했다. 크루즈선까지 합하면 701명에 달한다.
한편 크루즈선 승객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433명이 이날 하선했다. 선내 집단 감염이 처음 확인됐던 지난 5일 음성 판정을 받은 뒤 14일간의 관찰기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승객들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음성 판정자 전원을 하선토록 할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자와 객실을 함께 썼던 승객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방을 옮긴 시점부터 2주일 더 선내에 남겨 관찰하기로 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들이 배에서 내린 건 일본 정부가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채 격리된 지 16일 만이다. 일본 정부가 준비한 버스로 전국 각지의 주요 기차역까지 이동한 승객들은 이후엔 자력으로 귀가했다. 후생노동성은 승객들에게 향후 수일 동안 전화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토록 했다.
하지만 승객들을 곧바로 귀가시킨 일본 정부의 조치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일 수십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열악한 선내 환경을 감안하면 14일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하루 동안에만 코로나19 감염자가 88명으로 확인됐으며 전날인 17일에는 무려 9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후생노동성 재해파견 의료팀(DMAT) 소속으로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학병원 교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안에선 어디가 위험지역인지, 어디가 안전지역인지 전혀 구별되지 않았다. 내가 감염됐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14일간의 선내 격리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의회에서 “2주일 동안 제대로 관리받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며 건강상태가 최종적으로 확인된 사람은 공공교통을 이용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는 하선 후 최소 2주일 동안 입국을 금지토록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승객 중 우리 국민은 격리하고 외국인은 입국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에 승객 명단을 요청한 상태다. 이날 오전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귀국한 우리 국민과 일본인 배우자 등 탑승객 7명은 임시생활시설에서 14일간 격리토록 조치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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