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5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당국이 이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우한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치료에 의료인력이 집중되면서 다른 중증질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수 소식통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중순까지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의료진이 500여명이고, 의심증상을 보이는 의료진도 600명에 이른다고 12일 보도했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의료진 감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의료진의 감염 상황을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의료진 감염은 우한 쉐허병원과 우한대 인민병원에서 100여명, 우한 제1인민병원과 중난병원에서도 각각 50여명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던 의사 리원량 등 최소 3명의 의료진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마스크를 썼는데도 환자를 진찰하다 6분 만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베이징 푸싱병원에서는 6명의 의료진과 4명의 간병인, 5명의 환자가 1명의 환자에게 감염돼 병원장이 해고되기도 했다. 전염병 전문병원인 베이징 유안병원의 의사 장커는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중국 내 의료진 감염률은 18%, 홍콩은 22%였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10∼20%의 의료진이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의료인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다른 질환의 중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대학생 완루이(21·여)는 골수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의료인력과 혈액 제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완씨가 입원한 우한 쉐허병원은 지난달 21일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골수 이식 수술이 중단됐고, 우한이 봉쇄돼 있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푸다오순(81)은 다리에 심정맥 혈전증을 앓고 있는데 다니던 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손녀 푸위펀은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뿐”이라며 “진통제 주사도 맞지 못하고 걷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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