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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이후 한·중 관계 대비해야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관련 국내 여론이 국민안전·보건위생에서 점차 현 문재인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 마스크 300만개 지원 등 동정적 입장이 전염병 공포로 혐중(嫌中)·시노포비아(중국 공포증)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정부가 중국 전역으로 입국금지를 확대하지 않는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해서라고 한다. 국민안전을 볼모로 중국에 굴종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과도한 국내정치와의 연계는 경계해야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종 코로나 이후 한·중 관계를 대비한 이성적이고 중심 잡힌 외교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처는 제각기 다르다.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확진자 수가 더 많음에도 한국처럼 부분적 입국 금지만 하고 있다. 오히려 마스크 100만개를 지원하고 연예인과 민간인들이 ‘중국 힘내라’ 동영상 응원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중국에 보낸 지원물자엔 ‘몸은 멀어도 마음은 함께(山川異域 風月同天)’ 구호까지 등장한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누구보다도 강한 일본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베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포함, 안정적인 중·일 관계란 큰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 지원을 강조했는데, 도울 때 확실하게 도와야 인도주의와 국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우리의 여유분 내에서 검사키트를 전달해도 좋겠다. 넘치는 환자들의 빠른 감염 확인은 의료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 가뭄의 단비다. 상징적으로 우리 군의 의료물자를 보낸다면 중국군 유해 반환 못지않게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 것처럼 대통령의 친서는 국가재난 속 시 주석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국익도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진정되면 본격적인 대규모 내수 진작 조치를 취할 것이다. 올해가 중국공산당 100주년으로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 살만한 사회)’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투자·무역 확대 및 중국 내 업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다. 향후 중국 의료 인프라 건설 수요도 크다.

관광을 포함한 인적교류가 대폭 촉진될 것이다. 지난 12월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는 기존의 한·중 인민교류공동위원회를 촉진위원회로 재개한 것이다. 한류도 재진출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 한류스타들이 중국 힘내라고 응원하면 좋겠다. ‘대장금의’ 이영애 등 한류스타가 나선다면 전염병에 시름 중인 중국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국 간 민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좀 더 단단하게 봉합할 수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도 힘을 받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대응과 시 주석 방한을 직접 연계하는 건 무리일 듯싶다. 지난 12월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때 시 주석의 방한 시기는 올해 상반기라 했다. 중국인 어법상 상반기란 1월부터 6월까지 말하는 것이다. 4월 방일 전 한국에 오기 쉽지 않고 그 이후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방문을 위해서는 방문국의 우호적 분위기가 중요한데 지금 한국은 환영보다 반중 정서가 더 강하다. 오게 하려 해도 오지 말라 해도 그 모든 논란은 상대 생각을 고려하지 않은 우리끼리 논의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입국금지지역을 추가하거나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중국 정부의 조치,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사회의 대응, 주변국의 행보, 국내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물에 빠진 사람부터 구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국내 1번 환자였던 우한에서 온 중국 관광객은 퇴원하면서 한국 의료진은 영웅이며 ‘어진 마음’에 감동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가 아산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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