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리원량 숨지자 중국 전역이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Է:2020-02-10 04:02
ϱ
ũ

학자들, 언론의 자유 보장 요구… 네티즌들은 불복종 운동 제안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새벽 사망하자 곳곳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같은 날 홍콩 도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했던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숨지자 중국 전역이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학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고, 네티즌들은 불복종 운동을 제안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이런 분위기를 억누르려고 애쓰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우한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권리를 행사했다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은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하며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침묵을 지킨다면 죽음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친첸훙 우한대학 법학 교수는 “중국의 여론은 슬픔과 분노라는 동일한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며 천안문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원량이 숨진 당일 우한 시내에서는 오후 9시를 전후해 일제히 소등했다가 다시 불빛을 밝히고,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내부고발자)를 기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시위도 벌어졌다. 트위터에 제안이 올라온 이후 실제 그 시간대 우한 시내 아파트 단지 등에선 호루라기를 불고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不能(못하겠다). 不明白(모르겠다)’을 내세우며 당국에 불복종 운동을 제안하는 동영상도 퍼지고 있다. 리원량은 지난달 초 경찰서에서 ‘위법행위를 중지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항목에 “能(할 수 있다)”이라고 적었고, ‘계속 위법행위를 하면 제재를 받는다. 알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明白(알겠다)”이라고 썼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정부를 비판하며 ‘不能. 不明白’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릴레이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다.

중국 당국은 검열 강화로 대응했다. 리원량을 추모하고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글들은 삭제됐으며, 많은 위챗 계정이 정지됐다. 의료진에게도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말고, 관련 정보를 전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검열 강화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했고 이후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곧바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