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을 불러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사라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등에 서울남부지검으로의 금융범죄 수사 검사 파견을 지시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토보고서부터 작성케 하는 등 바로 파견 지시에 응하지 않았지만, 윤 총장의 강력한 지시로 결국 검사 3명을 보내기로 했다. 서울동부지검에서도 검사 1명이 파견됐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지난주 송 지검장을 대검으로 불러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건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당부했다. 윤 총장은 두 사건이 서민 다수의 피해를 낳은 민생범죄에 해당한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크게 보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와 함께 각 일선 청에 금융범죄 수사 인력을 뽑아 서울남부지검에 보내 신라젠 수사 등을 돕도록 지시했다.
항암제 개발기업인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를 차지했지만 돌연 주가가 폭락하며 1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낳았다. 신라젠 사건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퍼졌다.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노사모’로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의혹이 우선 거론된다. 이 대표는 유사 수신 행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결과 지난해 9월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이름도 신라젠과 함께 언급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인 2015년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했는데, 이 전 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언론 기사가 있다. 유 이사장은 당시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이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은 검찰의 직제개편 소식이 ‘수사 무력화’라는 신호로 자본시장에 전달되는 모습을 우려했다고 한다. 실제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신라젠 주가가 급등했었다. 윤 총장은 “제대로 보일 필요도 있다”며 수사팀 보강 계획을 말했다고 한다. 자본시장범죄는 전통적으로 검찰이 직접·특별수사로 해결해온 영역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유발하는 민생범죄라는 것도 윤 총장 판단의 배경이었다.
다만 서울남부지검에 파견돼 신라젠 수사를 도울 검사 인력을 결정하는 과정은 원활하지만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검사 2~3명 파견 지시가 내려졌는데, 이 지검장은 “검토보고서부터 작성하라”며 바로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의 파견 지시 뒤 검사에게 검토보고서를 작성케 한 것은 사실상 반대 의중을 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동부지검에서도 검사 파견에 대한 응답이 곧바로 오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파견을 놓고 공방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내부 검토를 거쳐 일부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던 서울중앙지검은 결국 검사 3명의 서울남부지검 파견을 결정했다. 서울동부지검도 이날 검사 1명을 보내기로 했다.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윤 총장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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