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억제를 위해 여행·교역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며 세계 각국에 거듭 자제를 요청했다. 과도한 불안 조성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지만 WHO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사진) WHO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서 “모든 나라가 증거에 기초한 일관된 결정을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중국인 입국금지 등 ‘중국 봉쇄’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외 지역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아주 적고 (속도가) 느리다”며 “(오히려) 이런 전략으로 중국 밖 (환자) 수는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행금지 등으로 밀입국이 성행할 수 있고, 이 경우 감염자 동선 파악 및 방역이 어려워진다는 WHO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WHO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이곳저곳에서 관측된다. 중국이 WHO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어 WHO가 중국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WHO와의 협력을 강화해 ‘보건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WHO는 2017년과 2018년 연례총회(WHA)에 대한 대만 언론의 취재 신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이 WHO에 대한 지원 축소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력한 지원 국가로 나서고 있다.
에티오피아 보건·외교장관으로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WHO 사무총장인 거브러여수스는 대표적인 친중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관들은 그를 사무총장에 선출하기 위해 막강한 자금력과 지원금을 무기로 내세워 개도국을 지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시 주석을 만나 “중국의 조치가 신종 코로나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며 “시 주석의 상세한 지식에 매우 감명받고 고무됐다”고 치켜세웠다.
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 때도 “WHO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을 지속해서 신뢰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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