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이렌’ 울렸지만… 귀닫았던 中 정부

Է:2020-02-0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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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증상 공유 의사들 소환 조치… 후난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를 긴급 수용하기 위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지어진 병상 1000개 규모의 훠선산병원이 2일 공개됐다. 열흘 만에 완공된 이 병원은 3일부터 환자를 받는다. EPA연합뉴스

다수의 중국 매체는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실험실 관계자의 설명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우한에서 환자들의 샘플을 받았고, 같은 달 26일 샘플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87%의 유사성을 가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실 간부들은 다음 날 이 결과를 우한시 보건 당국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창궐을 예견할 수 있는 첫 번째 징조였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는 병원 실무자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우한시 중앙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은 업무 중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보게 됐다. 사스로 의심되는 비슷한 증상 환자는 7명에 달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은 격리 수용된 상태였다. 환자들의 유전물질(RNA·리보핵산)을 검사한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와 광범위한 박테리아 군집이 발견됐다. 그는 이를 의대 동문 단체 채팅방에서 논의했고 중국 온라인망에도 공유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두 번째 징조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던 징조들을 외면했다. 우한시 보건 당국은 모든 병원에 ‘불분명한 원인으로 인한 폐렴’의 존재를 통보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국은 또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후난 해산물 도매시장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한 점을 감안, 시장 폐쇄 조치를 취했다. 관료들은 시장을 다녀간 사람들에 집중해 폐렴 환자들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호흡기 증상을 보인 광범위한 환자들이 조사에서 누락됐다. 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증상을 보였던 환자 다수가 간단한 조치만 받고 귀가했고 이것이 신종 코로나가 급속도로 번진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 징조를 외면해 발생한 참극인 셈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정치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권위주의적 관료문화도 전염병 창궐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리원량이 채팅방에서 의견을 나눈 지 나흘 만인 지난달 3일 중국 공안은 리원량 등 8명의 의사를 소환했다. 유언비어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였다. 리원량은 불법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병원으로 돌아가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투병 중이다.

중국 동부지역 외과의사이자 유명 과학 작가인 왕광바오는 “지난달 1일부터 중국 의료계에서는 사스 비슷한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8명의 구금은 의사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공개 발언하는 일을 단념시켰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중순까지 바이러스 정보는 공유되지 못했고 수억명의 중국인은 경각심 없이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이동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후베이성 남쪽 접경인 후난성에서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병했다. 후난성 당국은 1일 성명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을 확인했으나 아직 사람 간 전염은 보고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는 인간에게 발병하면 치사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하지만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낮고 지역사회까지 광범위하게 전염된 사례는 없다.

이형민 권중혁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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