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점심시간, 서울 송파구의 한 식당에는 손님이 8명도 되지 않았다. 평소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곳이지만 이날은 휑했다.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곳곳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었지만 식당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48)는 “서른 테이블 정도 되는데 오늘 점심에 다섯 테이블도 못 채우고 있다”며 “메르스 때보다 사람들이 더 안 오는 것 같다. 감염도 걱정되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당장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 심리 확산이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외출을 삼가는 이들이 늘면서 정씨처럼 외식업, 소매업 분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29)씨는 사태 장기화를 걱정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증폭된 불안감이 매출에 바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신씨는 “배달하는 친구가 잠깐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걸 보고 항의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며 “사람들이 외출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배달도 줄이고, 이제 초기인 것 같은데 벌써 경계심이 너무 큰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들은 힘들겠지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못 버티고 나가떨어질 위험이 크다”며 “자영업자가 쓰러지는 게 우리 경제에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과도한 불안감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중국 노선 확대에 눈길을 돌렸던 저비용항공사(LCC)들 역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이중고’에 빠졌다. 지난해 중국과 동남아 노선 확대로 활로를 찾기 위해 애썼던 LCC업계는 이제 불매운동 기세가 한풀 꺾인 일본 노선 등으로 재차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신종 코로나 확산에 장자제, 하이커우 등 5개 중국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LCC 1위 제주항공도 장자제, 싼야, 하이커우 등 6개 노선을 3월 말까지 운항 중단한다. 에어서울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운항 취소 및 신규 취항 연기에 나섰다. 각사 대체 노선으로는 일본, 동남아, 제주도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커머스 업계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장보기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쿠팡은 새벽 배송 상품이 2시간까지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이 역대 최대 수준인 330만건에 이르렀다.
11번가도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생필품 거래가 크게 늘었다. 반조리 식품과 냉동·간편과일 등 신선식품 거래가 전월 동기 대비 1095%까지 증가했다. 마스크는 전월 대비 무려 3만7169%, 손세정제는 6679% 급증했다. G마켓은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29일 가정식 도시락 판매량이 지난해 설 연휴 직후(2019년 2월 7∼8일)보다 723% 늘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쇼핑몰 거래 규모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문수정 정건희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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