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공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짙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3000조원가량 날아갔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의 상승세마저 꺾였다. 춘제(春節) 연휴를 끝내고 3일 문을 여는 중국 증시의 하락폭에 따라 2110선에 턱걸이하고 있는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불과 10일여 만에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을 돌려세웠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 86개국 증시 시가총액은 86조6050억 달러로 지난달 20일(89조1560억 달러)보다 2.86%(2조5510억 달러) 감소했다. 한화로 따지면 약 3026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특히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조4768억 달러에서 1조3692억 달러로 7.28%나 줄어들며 조사 대상국 가운데 4번째로 큰 감소율을 보였다.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을 겪는 베네수엘라(-10.72%)와 칠레(-8.38%), 홍콩(-7.53%)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아시아 증시는 모두 침체에 빠졌다. 대만(-6.77%) 태국(-6.72%) 싱가포르(-5.21%) 호주(-4.06%) 일본(-3.02%) 등이 전 세계 평균(-2.86%)보다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 공포로 한국 증시에선 2주 동안 104조원이 증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달 17일 1515조원에서 같은 달 31일 1427조원으로 88조원 감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248조원에서 232조원으로 16조원 줄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감으로 반등했던 중국소비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 내 화장품사업을 확대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2주 만에 21.46% 급락했고, 아모레퍼시픽(-21.46%)과 코스맥스(-21.92%)도 20% 넘게 추락했다. 면세점 업계도 호텔신라(-19.45%)와 신세계(-16.69%) 현대백화점(-11.76%) 등 주요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여행주와 항공주 주가도 각각 17.53%, 11.88% 떨어졌다.
‘2·3차 감염’이 늘면서 단기간에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는 비관적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남경옥 책임연구원은 “오는 4월을 정점으로 통제 단계에 진입한다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중국경제 여건 점검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겠으며, 확산이 장기화하면 제조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상황이 가장 악화된 시점에서 코스피 바닥이 나왔고, 방역 당국이 큰 고비를 넘겼다고 발표한 시점에서 시장 반등세를 보였다”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극도의 불안심리를 상쇄할 만한 긍정 요인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3일 중국 증시 개장에 따른 추가적 수급 악순환 여부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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