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떠난 지방 발령 검사장들

Է:2020-01-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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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10년 만에 부산가 좋다” 박찬호 “제주, 아무나 못갑니다”

박찬호(사진 오른쪽)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전출입신고를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 검찰 신년동우회에 온 전직 검찰총장 등 원로들은 “요즘 걱정이 되긴 한다”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청와대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장들이 모두 지방 한직으로 발령난 데 따른 우려의 말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 자리에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사가 가는 자리마다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말하며 테이블을 돌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참모들을 애써 위로하는 말이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윤 총장은 웃는 낯으로 후배들을 일일이 격려했고, 이후 동우회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윤 총장은 행사 이후 선배들을 일일이 배웅한 뒤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역시 이번 검사장급 인사에서 대표적 좌천 사례로 거론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에게 집중됐다. 선배들이 말을 건네면 두 검사장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한다. 애초부터 “주어진 체계 내에서 일할 뿐”이라던 이들이었다.

한 부장은 “10여년 만에 부산에 가는구나” 하는 선배들의 말에 “가게 되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부장은 2007~2009년 부산지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당시 전군표 전 국세청장 뇌물수수 수사 특명을 받고 부산에 갔었다. 부산 한 중소건설업자의 재개발 비리가 세정 최고책임자의 구속으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지검장으로 옮기는 박 부장도 실의에 빠진 모습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동우회가 열린 그 시각에도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었다. 검찰 선배들은 “제주지검은 애를 써도 가지 못했었다”며 덕담을 건넸다. 박 부장은 “아무나 가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농담을 섞어 부드럽게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이번 인사 이후 좌천된 검사장들에게서 항명 성격의 사표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결과적으로는 ‘흔들기’ 인사를 한 이들이 패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버드나무는 100차례 꺾여도 새 가지가 난다)라는 말이 있다”며 “이 일로 검찰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대검은 13일부터 새로운 참모진을 꾸린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이 한 부장의 자리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박 부장의 자리를 맡아 수사를 지휘한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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