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8일 저녁 법무부 인사로 교체가 결정된 대검찰청 검사장들을 만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할 일은 계속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해 윤 총장을 보좌하던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핵심 간부 8명은 모두 지방행 등 사실상 좌천 인사를 받아든 상태였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실의에 빠진 기색은 내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인사 대상자이며 윤 총장을 접한 한 간부는 “총장께서는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인사 직전까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해가며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었음을 조목조목 언론에 밝혔다. 추 장관으로부터 일방적인 ‘호출’을 받았던 이날 오전에는 대검에서 긴급하게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사는 법령에 따른 절차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윤 총장은 ‘수족’이 다 잘린 충격적 인사안을 확인한 뒤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떠나게 된 검사장들과 대화했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 발표 뒤 “절차를 지키자는 뜻에서 오후에는 장문의 입장을 냈었지만, 이후에도 법무부 측과의 의견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사에 대한 대검의 추가 입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총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은 참모진이 완전히 ‘물갈이’된 윤 총장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그와 새로운 참모진의 호흡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과 1시간만 대화하면 모두 승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윤 총장의 신망과 리더십은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검사로서 부담을 느낄 만한 ‘정권 수사’가 그간 비교적 잘 진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국 윤 총장의 기품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의 관측과 달리 윤 총장이 항명성 사표를 던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한 핵심 간부는 “누구 좋으라고 사표를 던지겠느냐”고 말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의 인사 단행 이전까지 꾸준히 사의 표명설에 시달려 왔다. 낭설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회동을 앞둔 지난 6일 밤, 그리고 법무부와 대검이 서로의 입장을 날서게 반박하던 8일 오후 제기됐다. 검사들은 윤 총장이 그럴 리 없다면서도 “마음 같아서야 사표를 던지고 싶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본인이 ‘검찰주의자’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 “나는 헌법주의자”라고 바로잡은 바 있다. 조직 이기주의보다는 공직자의 도리를 우선시한다는 얘기다. 윤 총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법조계 인사는 “대검이 그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대검 참모진에게 “할 일은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것과 맞물리는 관측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번 인사의 절차적 문제를 추후에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본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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