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하면서 2000년대 초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재발 아니냐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은 환자가 발생한 시장을 무기한 폐쇄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조사에 나섰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등은 2일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들이 집중 발생한 시장의 영업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위생 통제’를 위해 화난수산시장을 무기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상인들의 협조를 당부하며 영업 재개 시기는 추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우한에서는 지난달까지 27건의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화난시장 상인이었다. 보건 당국은 현지 병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를 치료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7명은 아직 상태가 위중하고, 2명은 증세가 호전돼 곧 퇴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우한에 전문가팀을 파견해 관련 검사와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원인 불상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사스 재발 우려가 퍼졌다. 사스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발생해 2002~2003년 37개국에서 774명이 사망한 바 있다. 중국에서만 349명이 사망했고, 광둥성과 접한 홍콩에서도 299명이 숨졌다.
해당 시장에서 수산물 외 야생동물도 판매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스 공포는 더 증폭됐다. 화난시장은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알려졌지만 뱀과 꿩 등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거 중국 내 첫 사스 감염자도 광둥성 선전의 야생동물 요리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이 확산되자 WHO도 조사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페이지 스나이더 중국 주재 WHO 선임고문은 “당국과 접촉하며 폐렴 발병 원인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바이러스성 폐렴을 일으키는 잠재적 원인은 많고 상당수는 사스 바이러스보다 더 흔하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 당국은 사스 최초 발병 이후 석 달이나 지난 후에야 WHO에 통보하며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우한 보건 당국은 초기 조사결과 사스가 아닌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 간 전염 사례는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도 전염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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