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56)가 일부 범행에 대해 ‘우발적’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동원, 의도 파악에 나섰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등 성범죄를 자백하면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등의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진 사건이다. 하지만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해 이춘재의 잔학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이춘재는 이 사건에 대해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자살하려고 줄넘기를 들고 무작정 야산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한 어린이와 마주쳤다. 무심코 이 어린이에게 말을 건넸고 짧은 대화를 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가져간 줄넘기로 아이의 양 손목을 묶었다”고 진술했다.
재심절차가 진행 중인 8차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다가 우연히 대문이 열려 있는 집이 보였다. 열려 있는 대문으로 들어가 방문 창호지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여자가 혼자 자고 있어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진술에서 ‘성욕’ 같은 단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면서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면서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최근 이춘재를 추가 입건하는 등 이춘재 연쇄살인사건를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춘재를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그의 DNA가 증거물에서 나온 3·4·5·7·9차 사건으로만 입건했다. 그러나 자백의 구체성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DNA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추가 입건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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