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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후변화 극복, 과연 가능한가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탈퇴 등 각국 이견으로 신기후변화 협력 체제 흔들… 정부,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2019년은 지구촌 환경 재앙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후퇴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 협상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합의가 무산됐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 탈퇴 의향서를 지난 11월 유엔기후변화 사무국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재선된다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기정사실이 된다.

또한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완전히 줄이는 목표에 합의하긴 했으나 폴란드와 같은 석탄사용 비중이 높은 일부 국가의 반대로 기후변화 대응 공동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달 중순 개최된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는 회기를 이틀이나 연장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관련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기존에 제출한 2030년 감축 목표보다 38%의 추가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인도,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2020년 갱신 예정인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높이자는 요구를 거부했다. 올해 당사국총회의 모토로 정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을 해야 할 때(time for action)’라는 말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당사국총회의 최대 관심은 국제 탄소시장 관련 합의 여부였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감축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국제 탄소시장을 형성해 국가 간 탄소 감축분, 즉 탄소 크레디트(carbon credit)를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이해관계가 국가별로 첨예하게 대립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국제 탄소시장의 활용에 대해 관심이 높은 선진국들은 가능한 한 조기에 탄소시장을 출범시키자는 입장인 반면 선진국으로부터의 재정 지원에 관심이 높은 개도국들은 탄소시장 논의를 선진국으로부터의 재정 지원 확보를 위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합의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또한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발생한 탄소 크레디트를 파리협정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팽팽했다. 브라질 같은 잠재적 탄소 크레디트 판매국은 향후 파리협정하 국제 탄소시장에서도 과거의 탄소 크레디트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다수 국가들은 과거에 생성된 탄소 크레디트를 파리협정하에서 미래 탄소 감축분으로 인정해줄 경우 추가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결국 타협에 실패했다. 2020년 협상에서도 이러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파리협정에 기초한 신 기후체제의 온전한 출범이 어려워지고,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도 국제 기후변화 협력체제의 실효성을 위협하는 변수다. 파리협정의 출범과 발효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이 실제로 이탈한다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미국의 탈퇴로 인해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던 과거와 달리 개도국도 의무 감축에 참여하는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점에서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국제 기후변화 협력체제가 크게 영향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2015년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배출량으로는 5억3600만t이다.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감축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국제 탄소시장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 해외 감축분이 4.5%다. 우리가 국제 탄소시장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2020년에는 기존에 제출한 감축 목표를 새롭게 갱신해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데, 감축 목표 상향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예상된다. 배출권거래제 등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더욱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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