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원인은 ‘부실시공’이라고 결론지었다. 사고를 일으킨 ‘신호시스템 오류’가 애초에 시공 과정에서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점검에서 부실시공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부실이 잇따라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을 유발한 셈이다.
그런데 사고원인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는 결과보고서를 별도로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홈페이지에만 게재하고 별도 보도계획을 잡지 않았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브리핑을 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고조사위)는 24일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 조사 결과를 공표했다. 조사위는 조사 내용을 담은 92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KTX 탈선사고는 지난해 12월 8일 오전 7시35분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나뉘는 선로 부근에서 일어났다. 서울 방향의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열차가 탈선했다.
사고조사위는 선로전환기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보여주는 신호에서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었다. 서울로 가는 강릉선 KTX는 이상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계속 달리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에서도 사고조사위는 부실시공을 탈선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사위는 “신호를 수집하고 관제센터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 청량신호소의 케이블이 반대로 꽂혀있었다. 정지 신호가 표시돼야 할 때 진행 신호가 표시되도록 선로전환기 배선을 반대로 시공했다. 서울 방향 본선과 강릉차량기지 방향 공사 과정에서 케이블 연결 도면이 서로 달랐지만, 이를 발견한 감리원이 공사 현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탈선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실시공 이후에 사전 점검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개통 전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연동검사에서는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연동검사는 예상 가능한 모든 오류 상황 등을 가정해 선로와 신호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성능검사다. 강릉선 개통 이후 장애 사례가 발생했었지만 점검에 나선 코레일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도 각종 점검과 조사 서류 등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보완토록 요구를 하지 않았다.
시공 부실부터 점검 미흡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산하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토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으려 했다. 결과 보고서를 공표하고도 일정을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 ‘깜깜이’라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부실 점검 책임자인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최종 조사결과가 지난해 잠정 발표했던 선로전환기 문제라는 것과 동일해 별도로 공표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다. 사후 점검이 부실했다는 점은 중요도가 떨어져 내부 회의를 통해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올리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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