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개

Է:2019-12-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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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였던 때가 분명 있었으리라
컹컹 기침을 할 때
목이 울리는 그 소리를 들을 때
언제였던가는 알 수 없지만
네 발로 걸으며
달빛을 올려다보면서
밤을 지키던 날이 있었다는
기억,
긴 꼬리
날카로운 이빨
말랑한 검정코를 벌름거리면서
애기 똥을 기다리며
툇마루 밑에 고개를 묻고
사람이 되기를 기원했던 때
가끔 그때처럼 개의 본성을 드러내는
나를 볼 때
억수 만년 전이었는지 몰라도
분명코 흙에 코를 박고
무지한 짐승이었던 적이
있었을 거라고
내 꼴이 지질이도 못나 보이는 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날
한 마리 개가 걸어온 길을
막연히 더듬어보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보면 지금 인간인 내가
위로 받을 때가 있다
박금선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중

“내가 개였던 때가 분명 있었으리라”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해서인지 첫 줄부터 속절없이 빨려들게 되는 작품이다. 시인이 저런 상상에 빠지는 이유는 “개의 본성을 드러내는 나를 볼 때”가 있어서다. 그럴 때면 “한 마리 개가 걸어온 길”을 막연히 더듬어보면서 지금은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고 적어두었다. 책날개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박금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고, 우리 인간들의 야만적인 잔혹극을 고발하며 전체 인류와 생명들의 공존을 위하여 대속하고 있는 시집”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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