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상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에티오피아의 젊은 지도자에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로 불리는 아비 아머드 알리(43·사진)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아비 총리의 리더십이 국내외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그의 복음주의적 신앙과 세계관도 재조명되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밝힌 아비 총리의 평화상 선정 배경은 ‘평화와 국제협력을 위한 노력’이었다. 특히 이웃 국가인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을 풀기 위해 결단력 있게 지도력을 발휘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비 총리는 지난해 4월 총리직에 오르자마자 적대관계에 있던 에리트레아에 서로 대사관을 설치하자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3개월 후엔 에티오피아 총리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에리트레아를 국빈 방문해 공항에서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 모습은 피와 투쟁으로 점철된 아프리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최연소 지도자로 집권한 그는 취임 100일 동안 에티오피아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와 평화, 공정성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보여줬다. 국가비상사태 해제, 언론 검열 중단, 과거 정권에서 양산된 정치범 석방, 내각의 절반을 여성 정치인으로 임명, 부패 혐의가 있는 군과 민간 지도자의 해임 등 아비 총리가 펼친 혁명적 리더십에 국민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무슬림인 아버지(오모로족)와 정교회 신자인 어머니(암하라족)의 아들로 태어난 아비 총리는 오순절 신앙을 갖고 있다. 오모로 암하라 티그레이 3개 부족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총리 취임 전부터 종족과 종교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할 인물로 평가받았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신앙적 토대 위에 ‘종교 간 평화와 화해’를 추구해 온 아비 총리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그가 1991년 정치적 이유로 분열된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두 종파를 화해시키는 데 힘썼고 국회에 입성한 2010년 이후 고향인 베샤샤 지역에선 무슬림과 크리스천 간의 분쟁을 봉합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영국 BBC뉴스는 아비 총리를 ‘에너지와 열정, 확신을 지닌 지도자’로 평가하며 “그가 국민에게 자신의 비전을 알리는 방식에서 부흥주의 설교자 같은 면모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아비 총리는 “이 상은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 전체에 주는 상”이라며 겸손한 수상 소감도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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