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이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 인근 쓰레기 매립장을 수색조차 하지 않다가, 전 남편 유족의 요청으로 찾아나서 유골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고유정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인 시신 행방마저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30일 고유정의 전 남편 A씨(36) 시신의 일부로 추정되는 뼛조각 20여점이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환경자원순환센터 내 매립장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매립장은 사건 초기 경찰이 수색 범위에서 아예 배제했던 곳이다.
경찰은 이 물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유전자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뼛조각 추정 물질이 발견된 매립장 구역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수거돼 소각된 쓰레기가 매립됐다. 고유정은 지난달 27일 범행을 저지른 펜션의 인근 쓰레기처리장(클린하우스)과 이번에 뼛조각이 발견된 매립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또 다른 클린하우스에 종량제 봉투 여러개를 버렸다.
그동안 경찰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고유정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물건이 A씨 시신이 아니라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일 뿐”이라며 이 매립장을 수색하지 않았다. 매립 지점이 불분명해 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거듭 피력했다.
이에 A씨 유족이 고희범 제주시장을 만나 매립장 내 수색을 요청했고, 고 시장은 지난 27일 매립 현장을 직접 확인한 후 수색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경찰이 수색을 진행하면서 뼛조각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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