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교통 대책] <하> 남은 5가지 과제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계획단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해 교통대책의 뼈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교통인프라는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추는 중요한 ‘밑바닥 자원’이다. 과거 1기, 2기 신도시는 중앙정부에서 입지부터 교통대책까지 대부분 계획을 짜다보니 지자체별 상황이나 환경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국토교통부 핵심 관계자는 26일 “신도시 사업은 통상적으로 ‘지구지정 제안→지구지정→지구계획수립의 절차를 거친 뒤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확정한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입주 시기에 교통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구지정 제안단계부터 교통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교통량을 분석해 어떤 대책이 추후 신도시의 교통여건을 개선할지 중점적으로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실제 조성 단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와 맞딱뜨릴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5가지의 과제를 해소해야만 3기 신도시가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선 교통대책의 정합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활패턴이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현재를 기준점으로 삼아 마련한 교통대책은 수년 뒤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국토부는 신도시 사업에 따라 유발되는 교통량이 얼마나 될지, 교통대책 실현 시 어느 정도의 개선효과를 낼지 시뮬레이션해 분석했다. 다만 현재 교통량을 수요로 보고 분석해 ‘중장기적 정확도’가 떨어진다. 인구 증감이나 이동수단·일자리에서의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교통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입증 되지 않은 셈이다. 추후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통해 교통 분산효과와 경제성을 따져 대책의 정합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신도시 조성 시 교통량 증가량, 신규 교통망의 기존 교통망 수요 흡수량, 장기적인 국민 이동권 변화 추이 등을 분석해 정확한 대책 효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1기, 2기 신도시 주민의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1기, 2기 신도시와 연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1기, 2기 신도시의 교통망도 완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거세다. 갖췄어야 할 기존 교통 인프라의 완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3기 신도시 조성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3기 신도시를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3기 신도시를 취소할 수도, 취소할 계획도 없다”며 “3기 신도시가 고양시 일산에 조성하고 있는 테크노밸리 등의 정책사업을 활성화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3기 신도시 조성에 강하게 반발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민 등을 향해 우회적인 설득에 나선 것이다. 다만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로선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1기와 2기 신도시의 교통인프라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1기, 2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경우 개별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일일이 거치느라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일부 취소돼 지역주민 불만을 유발했다.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은 아직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기존 노선만으로는 수요가 부족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국토부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남양주왕숙지구에 GTX-B노선의 역을 신설해 경제성을 보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B노선의 경제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교통대책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충분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9월 전까지 GTX-B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론을 낼 방침이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일부 지구는 철도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대표적으로 남양주왕숙지구는 GTX-B노선에만 의존한다. GTX는 이동속도가 빠르지만 지하철 등 일반 철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싸다. 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배차간격도 지하철보다 길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도로를 확장할 수도 없다. 개발제한구역이 많아 도로를 낼 공간이 없다. 도로 확장은 자가용 차량 이용률을 높여 도심 혼잡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남양주시는 서울지하철 9호선을 연장해 남양주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GTX-B노선은 서울역부터 서울 강북권을 관통하기 때문에 남양주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갈 때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 9호선을 하남시를 거쳐 남양주시까지 연장하면 하남시와 남양주시의 서울 강남권 이동수요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가장 큰 숙제다. 3기 신도시 주변 지역이나 교통대책 수혜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출렁인다면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택 공급을 늘려 수도권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내놓은 3기 신도시 정책이 오히려 수도권 집값을 뛰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실제로 하남 감일지구와 고양 향동지구는 철도역이 신설된다는 기대감에 최근 집값(호가 기준)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대책이 적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공정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동시에 3기 신도시 조성으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기세력을 감시하고 추가 안정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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