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로써 미국 내 가전 경쟁사 월풀이 촉발한 ‘미국의 세탁기 관세 압박’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은 “월풀이 우리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며 격전을 예고했다.
LG전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운 테네시 생산법인에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테네시 공장은 LG전자가 미국에 세운 첫 생활 가전 생산공장이자 LG전자의 12번째 글로벌 세탁기공장이다. 테네시 공장은 LG전자 생활 프리미엄 가전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평가된다.
테네시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로 설립됐다. LG전자는 현재 이곳에서 20초당 1대씩, 월 5만대의 드럼 및 통돌이세탁기를 생산한다. 올 연말에는 생산능력을 현 시설 최대치인 10초당 1대, 월 10만대, 연간 12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테네시 공장 총 면적은 7만7000㎡로 축구장 9개를 합친 면적을 훌쩍 뛰어넘는다. 생산인력은 600명이다.
2017년 8월 착공한 테네시 공장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이후 완공·가동에 속도가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가전업체 월풀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1월 LG전자·삼성전자를 비롯한 외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미국 정부가 같은 해 2월부터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하자 LG전자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애초 계획보다 6개월 앞선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 부담은 크게 줄었다. 송 사장은 “미국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생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세이프가드 관세가 향후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유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세탁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 왔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약 19%와 18%로, 1·2위를 차지했다. 세이프가드가 발효되지 않은 1년 전 합계 점유율(36%)보다 오히려 1% 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효 전 16%대에서 올해 15%대로 떨어졌다. 화를 자초한 셈이다. 테네시 공장은 기존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세탁기 물량을 대신 소화한다. 경남 창원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세탁기 물량은 유지한다. 테네시 공장에 투입된 총 투자금액은 3억6000만 달러 수준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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