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10년 사이 세계적으로 공유 품목은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차량과 숙박공간이 주요 상품이었는데 이제는 옷, 책, 공구, 장난감, 액세서리, 명품 등에다 육아, 배송, 의료 같은 서비스까지 공유경제 분야가 됐다. 차량을 공유하는 방식도 운전기사가 딸린 차를 승객과 연결해주는 택시 형태, 렌터카처럼 차를 빌려주되 이용 시간과 거리만큼만 요금을 부과하는 시간제 임대 형태, 가는 방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합승하는 카풀 형태 등으로 가지를 쳤다. 도입 여부나 대중화 정도가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유 이동수단은 자전거, 오토바이, 전동 킥보드, 승합차, 전세버스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쯤 되면 배나 비행기 공유 서비스도 곧 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숙박용으로 시작된 공간 공유 용도는 사무실을 비롯한 작업용, 병원·병실 같은 의료·요양용, 물류용 등으로 확장됐다. 국내 공유오피스 전체 공급 면적은 지난해 8월 기준 39만3000㎡ 정도인데 이 중 약 64%인 25만㎡가 1년 만에 늘었다.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확대되는 동안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중개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존 재화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공유경제서비스는 번번이 전통 산업 종사자나 현행법과 부딪쳤다. 차량공유서비스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일부 국가에서는 운영 대수나 운영 시간 제한 같은 규제의 틀이 씌워지거나 금지됐다. 숙박공유서비스 사정도 비슷하다. 업계 간 갈등의 한편에서는 때때로 안전사고가 터져 이용자의 불안감이나 불신을 키웠다. 우버 기사가 강도나 성폭행범로 돌변하거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커졌고 공유경제는 시대적 요구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유 플랫폼 사업자들은 보완책을 만들고 우회 방법을 찾아 시장의 틈새들을 열어젖히는 중이다.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떤가. 전통 산업 종사자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앞다퉈 공유경제 육성·활성화를 구호로 내걸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논란과 갈등이 더욱 거세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공유경제서비스는 과연 낙관적 기대대로 저성장 시대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공유경제가 뜨는 이유
공유경제서비스는 소유자가 사용하지 않아서 놀고 있는 ‘무엇’을 지금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나의 물건을 여러 사람이 각자 필요에 따라 돌려쓰는 식이다. 소유자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제공해 부가 수익을 낼 수 있고, 사용자는 사서 쓰거나 전문 기업을 통해 빌려 쓸 때보다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공유경제서비스는 대여라는 점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거래와 다르고, 개인 간 임대차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동일 제품을 대량으로 보유해두고 대여하는 기존 렌털 서비스와 구별된다. 개인 간 거래를 가능케 하는 건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를 이어주는 대가로 대개 양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이들은 임대 제품을 직접 구비할 필요가 없어 초기 투자비용과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부가가치 업종이다. 성공의 관건은 가능한 한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공유경제는 기존에 없던 경제 모델이 아니다. 물건이나 노동력을 나눠 쓰거나 교환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교류가 가능한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돈을 주고 사기도 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거저 빌려주거나 아예 주는 경우는 지금도 많다. 손이 빌 때 바쁜 사람을 거들어주고 바쁠 때 남의 손을 빌리는 품앗이는 대표적 노동력 공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휴가철 개인끼리 서로 집 전체나 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가 등장한 게 1990년대 초다. 그리고 이런 집 교환은 이미 1950년대에 경제적으로 여행을 하려는 유럽 교사들을 통해 자리를 잡은 방식이다. 우리나라 ‘쏘카’ 같은 시간 단위 차량 임대 서비스의 문을 연 미국 집카(Zipcar), 모바일로 부르면 운전기사가 태우러 오는 우버는 각각 기존 렌터카와 콜택시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회사 밀집지역에서는 낮에 영업하지 않는 술집을 식당이나 카페 공간으로 내주고 돈을 받기도 해왔다.
이런 공유경제 개념이 지금 같은 신사업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다. 전문가들은 그 3대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 친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 활발한 거래 플랫폼 구축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환경 확산을 꼽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자는 ‘미니멀 라이프’ 유행이 나타났는데 공유경제서비스가 이런 변화에 부합했다는 설명이다. 제품 소비를 줄이는 생활방식은 환경오염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공유 자동차 1대가 10대 안팎의 자동차를 대체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사업 모델로서의 공유경제서비스를 가능케 한 건 인터넷·통신기술(ICT)이다. 호서대 대학원 테크노경영학과 조은주씨는 공유경제서비스를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웹2.0(사용자 참여 중심 인터넷 환경)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거래 기반의 공유경제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 공유하게 될까
공유경제서비스 대상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광범위하다. 서비스 영역은 자동차, 책, 공구 같은 물건과 집, 사무실 등 공간 외에 경험과 재능, 정보·지식, 여유시간으로까지 확대됐다. 짧은 시간 동안 유아·노인·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 대신 장을 봐주거나 세탁물을 찾아주는 서비스, 자투리시간에 거주지나 회사 주변에서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등은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사례다.
미국 월마트는 매장을 찾은 고객이 집으로 가는 길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사람의 물건을 대신 배달해주면 보상을 해주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가제품이 많은 패션 분야도 공유서비스가 활발한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옷을, 백바로오어스틸(BagBorrowOrSteal)은 명품가방을, 록스박스(RocksBox)는 보석을 공유한다. 아이들이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장난감도 공유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레고 대여점로 잘 알려진 플레이(Pley)가 대표 업체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이모(34·여)씨는 “아이가 흥미를 빨리 잃는 데 비해 장난감 가격이 만만찮기도 하고 집 정리도 안 돼서 매번 사주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간공유 유형은 여러 가지다. 요리학원이나 음식조리 업체들은 부엌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부엌을 내주고 요리를 포장해주기도 한다. 차고를 다른 사람에게 주차장소로 빌려주는 파크앳마이하우스(ParkatmyHouse) 같은 서비스도 있다. 경기도가 2016년 CJ대한통운 소유 군포복합물류단지 내에 운영을 시작한 공공물류유통센터는 물류 공유서비스 사례다. 공공물류유통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다양한 전문 물류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호텔체인 메리어트는 사무실이나 회의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해주는 리퀴드스페이스(LiquidSpace)와 파트너십을 맺고 호텔 내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에어비앤비형 병실 ‘케어룸스(CareRooms)’와 손을 잡고 공유경제형 병실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자택 빈방을 병실로 사용하면서 호스트의 전문적 도움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요리에 자신 있는 사람이 외부인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는 잇위드(EatWith)나 피스틀리(Feastly), 민간 조종사나 개인 항공기를 이용 희망자와 연결해주는 에어풀러(AirPooler), 반려동물을 대신 맡아주는 도그베케이(DogVacay)나 로버(Rover) 같은 서비스도 있다. 미국 ‘쿼키(Quirky)’는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해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신상품 개발 투자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방식을 활용하는 쿼키는 2014년 글로벌 가전업체 GE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공유경제는 신뢰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공유경제산업을 주도해온 건 미국과 유럽이다. 그 뒤를 중국이 압도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 중인데 그 규모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대대적 육성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자국 공유경제 규모가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 2025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등 IT 기초가 탄탄한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유서비스가 도입·시도되고 있지만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2017년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공유경제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GDP의 0.005% 수준이다. 정부와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지자체는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한 공유경제서비스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본다.

문제는 기존 산업과의 이해충돌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전면적 공유경제서비스 허용이 불가능하다. 공유경제서비스는 기존 종사자의 영업권 침해 외에도 소비 감소, 전통 산업 위축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직업 불안정성 확대, 실물경제 침체, 무자료 거래를 비롯한 지하경제 확대 등 많은 우려를 받고 있다. 조은주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유경제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면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남대 대학원 전자상거래협동과정 윤정환씨는 숙박공유서비스를 중심으로 공유경제 서비스를 살핀 박사논문에서 공유경제서비스가 협력적 소비와 가치창출을 지향하고 경쟁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신뢰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걸 의미한다”는 그의 설명은 지금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산이 무엇인지를 지목하는 듯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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