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감독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켄 로치 등 과거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거장들이 나란히 신작을 들고 프랑스 칸을 찾았다. 하지만 25일(현지시간) 열린 폐막식에서 주요 트로피를 거머쥔 사람 중에는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이 적지 않았다.
‘아틀란틱스’로 ‘2등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흑인 여성 감독 마티 디옵(사진)이 대표적이다. 흑인 여성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건 처음이었다. 영화는 세네갈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3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차지한 작품은 두 편이었다. 클래버 멘도사 필로 감독이 만든 ‘바쿠라우’,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라즈 리 감독의 연출작 ‘레 미제라블’이 공동 수상했다.
‘기생충’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는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우주연상은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이 차지했으며, ‘로제타’와 ‘더 차일드’에 이어 세 번째 황금종려상에 도전했던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는 ‘영 아메드’로 감독상을 받았다.
프랑스 유력지 르 피가로는 ‘황금종려상을 제외하고는 칸의 심사위원들은 모든 면에서 틀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다른 상들은 비정상적이고 당황스럽다”고 혹평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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