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말이 당일 실격 처리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비디오 판독 결과 해당 말이 반칙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45년 역사의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마가 경기 당일 뒤바뀐 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 다운스 경마장에서 4일(현지시간) 145차 켄터키 더비가 열렸다. 이 경기에서 ‘맥시멈 시큐리티’라는 이름의 경주마가 18마리의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1.25마신(약 3m)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종료 직후 맥시멈 시큐리티의 기수와 조련사, 마주는 “꿈을 이뤘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경기에 참여했던 다른 기수 2명이 맥시멈 시큐리티가 진로를 이탈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감독관들은 비디오 판독을 거쳐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맥시멈 시큐리티를 실격 처리했다. 맥시멈 시큐리티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지 단 22분 만이었다.
당시 경기장에는 비가 내린 탓에 지면 상태가 좋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맥시멈 시큐리티는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뛰어넘으면서 바깥쪽으로 미끄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맥시멈 시큐리티는 뒤를 추격하던 경주마 두 마리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판정됐다. 결국 맥시멈 시큐리티는 1위에서 16계단 추락한 17위로 기록됐다.
켄터키 더비에서 경기 당일 우승마가 뒤바뀐 건 1875년 첫 대회 이후 처음이다. 1968년 ‘댄서스 이미지’라는 이름의 경주마가 실격 판정을 받아 우승 트로피를 박탈당했지만 경기 종료 후 실시된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결과였다. 경마장에 운집한 관중 15만명은 역사상 처음 벌어진 이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맥시멈 시큐리티가 실격하면서 2위로 달리던 경주마 ‘컨트리 하우스’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컨트리 하우스는 우승 확률이 65분의 1에 지나지 않았지만 뜻밖의 깜짝 행운을 얻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마주는 186만 달러(약 21억76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말에 돈을 걸었던 사람은 무려 65배나 돌려받게 됐다. 2달러(약 2300원)짜리 마권 한 장을 구입했다면 132.4달러(약 15만5000원)를 받는다. 1913년 대회에서 우승 확률이 91.5분의 1에 불과했던 ‘던레일’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배당률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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