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장례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출석하는 교회 목회자가 장례식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영정 사진 앞에서 절하지 않고 분향하지 않으면 기독교 장례일까. 기독교장례문화연구소 대표 전상헌(62) 목사는 “발인예배 등 기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예배도 드리고 있지만 요즘 기독교식이라고 행해지는 장례 대부분은 잘못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동수원병원교회에서 만난 그는 “전통식 장례와 기독교 장례가 눈에 띄는 몇가지만 다를 뿐 대개는 전통 방식과 기독교 방식이 혼재돼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변질된 기독교 장례가 성경적인 것으로 자리잡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동수원병원교회 원목도 맡고 있는 그는 “성경을 근간으로 하되 문상객들에게 복음도 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독교 장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장례는 오랫동안 토속 문화, 불교, 유교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게다가 일제의 잔재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단마다 기독교 장례 예식서를 발간, 배포하고 있지만 원론을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무엇보다 기존의 장례문화 중 일제의 잔재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삼베 수의는 일본인들이 만든 문화라고 했다. 삼베 수의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의례준칙’을 통해 강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우리 조상들에게 ‘너희들은 속국 백성이니 가장 안 좋은 옷감인 삼베를 입으라’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비단 등 좋은 옷감은 일본으로 공출해 갔습니다. 이전에는 고인에게 평소에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입혔습니다.” 따라서 전 목사는 수의부터 삼베가 아닌 평상복을 입히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유족이 착용하는 완장도 일제의 잔재다. 전 목사는 “이전엔 지팡이로 유족을 구분했다”며 “ 완장은 조선 백성의 집회를 막고 독립운동가를 효율적으로 검거하기 위해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화 헌화는 일본에서 이뤄지던 것을 국내 상조회사가 그대로 모방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화가 일본 황실을 상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 목사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례예식을 통해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인생의 의미를 뒤집어보면서 복음 증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기독교 장례를 목회자들이 배워야 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기독교 장례 지도사 과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장례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입니다. 목회자들이 장례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기독교 장례를 위해서는 성경과 현장을 바탕으로 만든 기독교 장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독교 전문 장례식장도 세워야 합니다. 기독교장례문화연구소가 이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이상하리만큼 장례와 인연이 많았다. 헌병대 수사과장으로 20년 근무하면서 800회 이상 부검을 참관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하고 맡은 일이 장례였다. 교회에서만 700회 이상 집례했다.
이 과정에서 각 교단과 개 교회에서 진행하는 기독교 장례가 너무 형식적이고 비기독교적인 예법과 혼재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독교장례연구소를 만들었고 제대로 된 기독교 장례를 연구했다. 이를 보급하기 위해 상조회사인 ㈜에이플러스라이프(대표이사 박성수)와 협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독교 장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에이플러스라이프 회장이 교회 집사입니다. 기독교 장례에 남다른 사명감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만났습니다. 지금 가장 성경적이고 실제적인 기독교 장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에이플러스 그룹의 7개 계열사 중 하나인 에이플러스라이프는 자본금과 지급여력 비율이 업계 최상위인 업체다. 자본금 255억원, 지급여력비율이 157%로 업계 평균 90%를 훨씬 웃돌고 있다. 별도 수고비 사양, 정품 미사용시 현금 보상 등 ‘5대 품질 보증제’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고 식비 절감을 위해 메뉴판을 도입해 실제 30%가량 절감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전 목사는 에이플러스라이프는 다른 상조업체와 다르다면서 많은 상조회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매장이든 화장이든 1000만원 단위를 호가하고 있는데 사실은 몇백이면 가능하다며 이는 장례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정부의 가이드라인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례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지와 무관심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장례는 남의 돈으로 치른다’는 잘못된 인식도 꼬집었다. “장례비용 대부분은 조문객의 조의금으로 충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주들은 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또 장례과정에서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그냥 업자에게 맡겨 버리기 일쑤입니다. 조의금은 어디까지나 미리 지출한 돈, 미래에 갚아야 할 빚입니다. 이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