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최근 잇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LG 트윈스가 이제 안정을 찾고 올 시즌 가을야구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5일 LG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을 찾았다. 최근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 물의에 음주운전까지 더해져 팬들의 잇단 질타를 받아 침울한 분위기일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김현수가 지나가자 후배들은 웃으며 김현수의 응원가를 불렀다. 또 운동을 하면서도 팀 응원가를 부르며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류중일 감독을 만났다.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자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 괜찮다. 사고야 어쩔 수 없이 났고, 빨리 수습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우승 전력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어쨌든 강팀을 만들고 싶다. 4강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류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코치진을 개편했다. 코치진 개편은 류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 팀 전력이 나빠지고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다. 류 감독은 “겨울에 국내에서 코칭스태프 워크숍까지 열었다”며 “우리 팀에 어떤 점이 부족한지 (외부에서 온)코치들이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전지훈련은 알차게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이런 류 감독의 바람을 가장 잘 실천하는 곳이 투수파트다. 류 감독은 최일언 투수코치를 영입했다. NC 다이노스에서 젊은 투수진을 성공적으로 발굴했던 그였기에 류 감독의 기대는 적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투수들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유원석과 정우영, 이정용이다. 최 코치는 “시즌 시작 때까지 촉박하지만 투수 육성과 즉시 전력감을 만드는데 둘 다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또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은 장원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류 감독은 “장원삼이 지금 2군 선수들이 훈련하는 경기도 이천에 있다. 던지는 동영상을 최근 봤는데 몸이 전보다 좋아졌더라”고 언급했다.
금상첨화로 류 감독은 이날 구단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바로 김민성이다. LG는 키움 히어로즈와 사인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김민성을 데려왔다. 3년 보장 총액 18억원이다. 키움에는 현금 5억원을 줬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류 감독은 주전 3루수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가르시아와 양석환이 번갈아 3루를 맡았지만 수비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런 걱정이 국내 수준급 3루수인 김민성을 영입하며 해결된 것이다. 류 감독은 일단 김민성을 이천 LG챔피언스필드로 보내 몸 상태를 체크하고 훈련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류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김민성을 대표팀에서 만났다. 류 감독은 “김민성은 꾸준히 잘 하는 선수다. 3루수로도 좋지만 2루수로도 쓸 수 있는 멀티 자원”이라고 흐뭇해했다.
최고참 박용택도 후배들의 노력과 김민성의 가세에 고무돼 있었다. 박용택은 2년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더 우승이 절박하다. 박용택은 “우승하고 싶다. 정말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박용택은 올해 스프링캠프에 대해선 “이전에는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선수들 중에 알을 깨고 나올 선수들이 많이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젊은 선수들 중 LG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자질을 보이는 선수도 여럿 보인다”며 “이 선수들과 함께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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