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비상… 10채 중 4채가 하락

전국의 아파트 10채 중 4채는 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2년 전세계약 만기 때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부동산 정보 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38.6%로 나타났다. 서울은 13.2%, 수도권은 29.7%, 지방은 51.3%의 아파트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2016년까지의 동일 통계에서 전세금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이 전국 10% 미만, 수도권 5% 미만, 지방 역시 2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2년 전 전셋값과 현재 가격 간 차액은 2016년까지 증가 추세가 이어져 수도권은 평균 6000만원, 지방은 2000만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차액 폭이 줄면서 지방은 전세값이 하락 반전했다. 지난해 4분기 2년 전 대비 전세보증금 평균 차액은 전국 388만원, 수도권 1113만원, 지방 -825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방 관계자는 “지방은 2017년 1분기부터, 수도권은 같은 해 3분기부터 전세금이 하락하는 주택형 비중이 늘었다”며 “9·13 대책 후 매매시장 안정에 따른 효과라기보다 아파트 공급 증가와 전세 세입자의 분양시장 유입 등으로 수요·공급에 불일치가 나타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주체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다. 2000년대 들어 꾸준한 전셋값 상승이 버거웠던 임차인들에게 전세시장 약보합세는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호재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집값·전셋값이 적정하냐고 물으면 대다수 실수요자들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이런 ‘불만족’이 시장 내 작동하고 있어 가격 하향세는 당분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임대인, 특히 갭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로선 수익 저하와 보증금 반환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집값 하락폭이 커질 경우 역전세난으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는 임대·임차인 모두에게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매매시장의 거래 절벽과 시세 하락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수급지수는 73.2로 2013년 상반기 이후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 경우 ‘수요＜공급’, 높을 경우 ‘수요＞공급’에 해당한다. 매수자의 상대적 우위가 분명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보다 임대계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역전세가 발생할 경우 전세금 마련을 위한 급매물이 늘어날 수 있어 매매가 약세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수요자들이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매입 시기를 미루고 있어 거래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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