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처음으로 우리 문화를 수출한 고려의 역사를 배워볼까, 서양미술사에 획을 그은 입체파나 팝아트를 보러 갈까. 동시에 열리고 있는 블록버스터급 3색 명품전이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손짓한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과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피카소와 큐비즘’,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선보이는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가 그것이다. 모두 역대급 전시 규모를 자랑한다.
대고려 특별전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다녀가는 등 명사들의 방문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남북 해빙 무드와 함께 고려가 사실상 한반도의 첫 통일국가라는 상징성이 부각되는 것도 교육적 포인트다. 과거 장르별 전시로 일부가 소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엔 도자기 회화 책 활자 등 고려 유물이 총출동해 고려라는 사회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이 야심차게 준비했다. 국내 외에도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4개국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유물 450여점을 모았다.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에서 온 12세기 청자 주자와 받침, 미국 보스턴박물관에서 온 금박 주자 등 외국에서 온 수작이 즐비해 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전시는 500년 넘게 지속됐던 고려 사회의 힘을 체감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꾸며졌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외국 무역을 떠나는 상선이 그려진 청동 거울이 전시의 시작을 열어 고려가 얼마나 국제적인 사회였는지를 보여준다. 이슬람에서 건너온 유리 주자, 거란족이 썼던 가죽 주머니 모양 주자 등도 있다. 고려청자와 청동은입사물가무늬정병 등 외국 기술을 수용해 만든 청출어람의 수출품은 한류의 원조를 보여준다. 동시에 고려 귀족 사회의 화려했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고려의 출판문화와 회화, 서예작품 등을 통해 고려 지식인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고려 사회에 실제로 있을 법했던 다점(茶店)도 재현해 눈길을 끈다. 찻잔뿐 아니라 청자로 만든 의자, 장고 등이 설치돼 흥미롭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하고 있는 ‘피카소와 큐비즘전’(3월 31일까지)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입체파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다. 반 고흐, 르누아르 등 서양미술사의 거장을 소개하는 15건의 전시를 통해 블록버스터 전시의 귀재로 불리는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대표가 기획했다.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의 걸작선 90점이 한국 나들이를 했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조르주 브라크(1882~1963), 페르낭 레제(1881~1955) 등 작가 20명의 90여점 진품 명화들로 구성된 순수 회화전이다.
입체파는 1906년 브라크가 선보인 ‘에스타크의 집’이 입방체(큐브) 같다고 해서 비아냥조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에서 보듯 피카소와 브라크는 풍경과 인물 등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가 갖는 시각적인 질서를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추상화’하려고 시도했다. 이로써 르네상스 이후 내려온 미술에서의 ‘재현’(닮게 그리기)의 전통을 부수고 추상으로 가는 혁명적인 길을 열었다. 그들은 초기엔 형태에 집중하고자 무채색을 썼다.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1909)과 브라크의 ‘여자의 두상’(1909) 등 입체파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걸작에서 그런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로베르 들로네, 페르낭 레제 등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화가들을 통해 입체파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입체파에 영감을 준 후기 인상주의 폴 세잔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세잔 작품 2점이 국립이스라엘박물관에서 왔다.
DDP의 키스 해링전은 앤디 워홀만 아는 국내 관람객에게 색다른 팝아트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키스 해링(1958~1990)은 1980년대 스프레이로 휘갈겨 그린 지하철 낙서로 뉴욕 미술계에 활기를 넣었던 그라피티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출발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려 32세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해링은 도시 하위문화로 평가받던 낙서를 주류 미술로 편입시킨 예술가다. ‘빛나는 아기’ ‘짖는 개’ 등의 작품에서 보듯 만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다. 마약 퇴치를 위해 거대한 벽화를 그리고,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마련하는 등 사회와 소통하는 예술가를 지향했다. 가벼운 주제도 무겁게 그린다는 평을 듣는 앤디 워홀과 달리, 무거운 주제를 밝고 가볍게 그리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키스해링재단과 나카무라 키스해링 컬렉션에서 엄선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대표작인 ‘아이콘’과 국내에서 첫 공개되는 초대형 작품 ‘피플’을 비롯해 ‘피라미드’ ‘블루프린팅’ 등 조각과 사진을 포함한다. 3월 17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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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입체파·팝아트… 역대급 명품展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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