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이 예천 망신 다 시켜놨으니까 전원 사퇴하는 게 정답입니다.”
9일 오전 찾은 예천군의회 정문 입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의 가이드 폭행사건이 알려졌음에도 겉으로는 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주장하는 현수막 한 개가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만나는 이들마다 군민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했다.
평소 ‘충효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예천의 군민들은 이번 일로 모두 상처를 입었다. 이기웅(53)씨는 “어디서나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충효의 고장’이라고 자랑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희숙(45·여)씨는 “서울 사는 친구들에게 ‘예천이 왜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난성 전화를 몇 차례나 받았다”며서 “예로부터 많은 인물들을 배출해 온 예천이 이번 폭행사건으로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며 속상해 했다.
예천군의회 홈페이지 ‘군민참여, 의회에 바란다’ 코너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2000건이 넘는 글들이 올라와 의원들을 성토했다. “창피한 줄 아세요”라거나 “의회 문 닫고 사라지세요”라는 항의글이 대부분이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이 모인 ‘예천군의원전원사퇴추진위’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11일 오전 10시30분 읍내 중심지인 천보당 사거리에 모여 집회를 연 뒤 2㎞ 정도 떨어진 예천군의회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예천군농민회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들도 의원들의 사퇴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난 일색이지만 일각에선 “폭행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일단 경찰수사를 지켜본 뒤 군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희(58)씨는 “경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결과에 따라 충분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원들 사퇴문제는 그 이후에 검토해도 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의 지역구인 유천면 주민들 중에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유천면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주민들은 “박 의원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의원은 이 지역에서 논농사를 지으면서 면 체육회의 일을 오랫동안 맡아왔다고 한다. 한 주민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성실해 지역 일꾼이 된 사람”이라며 “(연수에 참가한 의원들 중에) 박 의원만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기분도 든다”고 주장했다.
예천군의회 이형식 의장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사건 당사자인 박종철 의원을 제명하는 등 강력 조치하겠다”며 “기타 물의를 일으킨 의워들도 응분의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성명서를 내고 “제8대 군의회 임기 중에는 외국 연수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싶으나 다른 기관에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어 이를 마무리하고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가 박 의원을 고발함에 따라 경찰은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예천경찰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가이드 A씨에게 이메일로 피해 진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과 함께 연수를 다녀온 군의원 8명과 의회사무처 직원을 상대로 한 참고인 조사를 끝낸 경찰은 박 의원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상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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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민들 “충효의 고장 망신,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항의 성명 이어 집회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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