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화문 집무실’ 무산 계기로 미흡한 공약·정책 수정하길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4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空約)은 유 위원의 기자회견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내걸고 국민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강조한 매우 상징적인 1호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유 위원이 “(문 대통령도)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지만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공약 파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7개월이나 시간을 끌 정도로 복잡다기한 일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공약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청와대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 운영의 비효율성, 청와대 경내 안팎에서 철통같이 이뤄지는 다중 경호체계의 약화, 의전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광화문 집무실은 애당초 청와대 집무실의 보완재도, 대체재도 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장기 사업으로 미루지 말고 아예 접어야 한다. 차제에 현실을 외면한 경제 정책,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남북 관계와 북핵 접근법,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효성과 실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공약과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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