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44) 담임목사는 ‘임재’ ‘항해자’ 등의 가스펠 곡으로 이름을 알린 ‘시와 그림’의 멤버다. 24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그는 “교회에 건축계획이 구체적으로 없는데 건축헌금을 보유하고 있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며 “헌금이라 기왕이면 선교와 구제가 동시에 가능한 월드비전에 후원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지하에 있는 교회당을 지상으로 옮길 목적으로 온 성도가 헌금해 마련한 건축헌금은 500만원이었다. 성도들은 여기에 500만원을 더 보태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그는 “성도들 모두 평소 구제와 선교에 대한 열정이 커 이번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며 모금에 동참해 주셨다”며 “작은 교회지만 선한 사역을 위해 전 교인이 뜻을 모아 우간다 오지에 우물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그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월드비전 홍보대사로서 2016년 아프리카 잠비아를 방문했을 때 깨달은 것 때문이다. 한 마을에 갔다가 우물이 없어 동물의 분뇨 등으로 오염된 물을 마시는 주민을 직접 목격했다. 우물이 생긴 다른 마을에선 사람뿐 아니라 가축도 질병에 덜 노출됐고 여성과 어린이의 삶도 개선된 사실을 확인했다. ‘우물 하나가 마을 주민 전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김 목사는 비극적 현실을 보는 것만으로 끝내선 안 되겠다는 마음에 잠비아를 다녀온 직후 현지아동을 후원했다. 우물을 세우려 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 생각해 아동후원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현재 김 목사는 잠비아 아동뿐 아니라 시에라리온 아동과 라오스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을 후원 중이다. 앞으로 교회뿐 아니라 개인 명의로도 세계 곳곳에 우물을 세워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더 많이 돕는 게 그의 바람이다.
시와 그림 8집 앨범을 준비하며 라디오방송 진행자, 대학 강사로 바쁘게 활동 중인 그는 12월 매주 월드비전과 함께 전국 교회를 순회하는 ‘임마누엘 콘서트’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3년째다. 찬양사역자나 팝페라 가수로 구성된 월드비전 교회협력 친선·협력대사들과 함께 한국교회에 연말 나눔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는 콘서트 후 적지 않은 성도들이 선뜻 해외 아동 정기후원을 약정하는 모습을 보며 참 감사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경건은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만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성경은 말한다”며 “어려운 자를 돌아보고 구제를 즐기는 경건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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