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정부 연계 해커 사법 처리 방침 조만간 발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창업자 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 이후 미국의 대중 압박이 심상치 않다. 멍완저우 체포로 끝나지 않고 중국을 옥죄기 위한 미국 당국의 추가 액션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검찰은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검찰은 중국 해커들이 미국의 기술서비스 제공 업체에 침투해 영업비밀 등을 훔쳤거나 시도했으며, 이런 시도는 중국과 연관된 사이버 공격 케이스 중 최악의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화웨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게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의회 하원 정보위가 2012년 10월 발간한 ‘화웨이·ZTE 관련 국가안보 문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화웨이와 ZTE를 중국 정부,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미국 등지의 첨단기술을 절도하는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들 기업이 기밀정보 수집 같은 정치 공작에 동원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와 ZTE의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는 미국 정가에서 초당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엔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ZTE를 제재하기도 했다. 미 백악관은 멍완저우 체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중국은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대중 압박 전략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캐나다 당국에 위협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존 매컬럼 주중 캐나다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뒤 멍완저우의 석방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멍완저우를 석방하지 않을 경우 초래되는 엄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캐나다에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9일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도 초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브랜스태드 대사에게 미국은 체포영장을 철회해야 하며 중국은 미국의 행동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멍완저우가 구체적 증거가 없이 체포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보석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법원은 멍완저우에 대한 보석을 금지했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최소 7개의 여권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캐나다 CBC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멍완저우가 지난 11년간 중국 여권 4개, 홍콩 여권 3개를 발급받았고 이번 캐나다 입국에는 홍콩 여권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검찰은 그가 또 다른 여권을 이용해 국외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밴쿠버 법원은 10일 멍완저우의 보석 여부를 심리한다.

뉴욕타임스는 멍완저우에 대한 체포영장이 지난 8월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서 발부된 상태였으며, 그도 미국 당국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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