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쇄신할 때 됐다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시기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사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얼마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시민 음주폭행 사건에 이어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이제는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직원들마저 비위를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나타난 이런 현상은 청와대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졌음을 의미한다. 공직 기강을 바로 잡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G20 참석을 위해 출국한 이후 이 사태에 대해 현지에서 상세히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의 장거리 해외 순방 도중 일부러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은 몇 마디 말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 개편을 포함한 전면적인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원인 김모 수사관이 경찰청을 방문해 지인의 뇌물 사건 수사 상황을 캐물은 것이 부당한 압력으로 비치면서 불거졌다. 다른 특감반원들에 대해서도 평일 업무시간 골프 의혹 등이 제기됐다. 특감반원들은 검찰이나 경찰 등에서 파견 나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비리 사실을 감찰해 왔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징계도 하지 않고 소속 기관으로 복귀시켜 정상 근무를 하게 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자 서둘러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하고 소속 기관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뒷북을 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러고도 공직사회의 적폐 청산을 한다고 할 수 있는가.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 자체 조사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SNS를 자주 하면서 경제 문제에 대해서까지 촌평하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조 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전면 쇄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감반원 교체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임기 중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특감반 지휘 책임이 있는 조 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전면 개편을 통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분위기를 일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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