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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기혁신 없는 의원 수 늘리기 꿈도 꾸지 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려면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조정해야… 이를 빌미로 의원 수 확대 움직임”

‘선거제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으로 지지부진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을지 관심사다. 서울공항에서 이 말을 전해들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한 뒤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손해볼 각오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구제가 개편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 있어서는 동상이몽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만큼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선·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주당이 연동형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 얘기를 흘리는 게 대표적이다. 조금이라도 자당에 유리하도록 적용 방식의 변형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구 253 대 비례대표 47의 현 선거제도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불균형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조정이 전제돼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범(典範)인 독일의 경우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이 50대 50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지역구 200, 비례대표 100 안을 제시했다. 비례대표 비율이 높을수록 비례성 충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안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지역구 축소를 피할 수 없어서다. 어떤 당도 현 지역구 의원의 반발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지역구를 줄이지 못하니 비례대표를 늘려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360석으로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정수”라고 군불

때기에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20∼30명 증원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20대 국회의원의 1인당 국민 수는 17만명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2만명보다 많다. 이를 근거로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미국 하원은 의원 1인당 75만명, 일본의 경우 27만명인 걸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면 국회 예산 동결과 특권 폐지 같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선행조치 없이 의원 수만 늘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는 최근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 조사에서 1.8%로 꼴찌를 기록했다. 걸핏하면 싸움질이나 하는 300명의 의원들을 보는 것도 혈압이 오를 지경인데 더 많은 싸움판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은 없다. 365일 생산적인 국회가 된다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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