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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노총 초법적 행태, 묵과하지 말라

“공정을 외치는 정부의 공권력이 불공정 묵인하는 모순… 정권 위기 부를 수 있는 심각성 인식해야”

대기업 건설사의 임원은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는 전국에 100곳 넘는 공사현장이 있다. 크레인이나 화물차같이 외부에서 조달하는 장비와 인력이 많다. 공사가 시작되면 민주노총이 와서 시위를 한다. 일감을 달라는 것이다. 그럼 한국노총이 와서 또 시위를 한다. 뭔가 명분을 내세우지만 역시 일감을 달라는 것이다. 현장소장은 일단 버텨보는데 공기를 맞춰야 하기에 결국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일감이 10개라면 민주노총 5개, 한국노총 3개, 지역 업체 2개 비율로 배분하게 된다.”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은 이미 권력이 됐다는 얘기를 그는 업계의 상식이란 투로 담담하게 설명했다. 경쟁의 원칙이나 상생협력 같은 것은 거대 노조의 위세 앞에서 발붙일 땅이 없다는 말이었다. 민주노총은 과거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동계도 계층분화가 이뤄져 괜찮은 일자리와 열악한 일자리의 노동자로 나뉘었다. 이 조직은 지금 괜찮은 일자리의 독점을 추구하고 있다. 노동 기득권을 누리는 과정에서 법과 공권력은 가볍게 무시하기 일쑤다. 며칠 전 자동차 부품 업체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이 그랬다.

유성기업은 노조가 세 개 있다. 그중 한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 자리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난입해 사측 임원을 무차별 폭행했다. 얼굴뼈가 부러지고 코뼈가 함몰돼 전치 12주 진단이 나왔다. 이들은 사측 직원들에게 “사진 찍으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고 그 임원의 집주소를 말하며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또 협박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아무도 연행하지 못했다. 심각한 폭행협박과 업무방해의 범죄 현장에서 공권력은 민주노총보다 약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 이달 초 경남 성우하이텍 공장에서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트럭 수십대로 출입로를 봉쇄한 채 시위를 벌였다. 요구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화물차를 배제하고 민주노총 화물차에 물량을 배정하라는 거였다. 납품이 불가능해진 회사는 결국 요구를 들어줬다. 역시 경찰이 출동했지만 지켜볼 뿐이었다.

이것은 민주노총이 밥그릇을 챙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 밥그릇을 위해 공정(公正)이 훼손당하는 사태다. 공정을 외치는 정부의 공권력이 공정의 훼손을 묵인하는 기막힌 모순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민주노총의 초법적 행태를 그냥 둘 경우 정부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약속 위에 세워졌다. 기업이냐 노조냐, 지지자냐 아니냐에 따라 공정의 잣대가 다르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하다. 정권의 위기를 부를 수도 있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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