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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과와 한계 뚜렷한 문 대통령 유럽 순방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북한 비핵화가 주 의제였던 순방의 결과는 문재인표 비핵화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뚜렷이 보여줬다. 우선 교황 방북 의사를 이끌어낸 것은 성과다. 평화를 상징할 수 있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국제무대나 세계 여론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의미가 있다. 북한을 좀 더 정상국가로 내모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방북 초청 주체 중 하나여야 할 주교회의가 북한에는 없다는 점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자칫 정치적 몸짓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정밀한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겠다. 북한 비핵화에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관심이 덜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 관심을 촉구하고,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영국의 정상과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를 시도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계도 뚜렷했다. 우선 대북 제재와 관련해 프랑스·영국 등은 문 대통령과 시각을 달리했다. 이 나라들은 물론 아셈(ASEM) 의장 성명도 북한 핵·미사일 및 관련 시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주장했다. 대북 제재 완화로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문 대통령의 정책은 먹혀들지 않았다. 중요한 대목이다. 당사자인 한국과 유럽국들의 입장이 물론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에게 대북 제재는 국제질서다. 당사자의 사정이 있다고 해서 이탈한다는 것은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비원(悲願)을 호소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국제질서이고 규범일 뿐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감성적으로 호소하듯, 여론몰이하듯 하는 대북 전략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는 오직 힘의 질서와 자국 이익, 명분만 있을 따름이다.

청와대도 식상하게 방문 성과를 감성적으로 풀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전략적 목표는 굳건히 하되 냉정한 국제 현실을 인식하고 정확한 계산 하에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국제사회의 냉정함과 감성적 대북 정책의 간극을 인식했다면,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성과일 수도 있겠다. 도그마에서 벗어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속도 조절 또는 전략적 유연성 발휘가 정치·외교의 진짜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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