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김명엽(74) 전 연세대 교수는 국민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모차르트 곡으로 알려진 ‘미사 12번 G장조’(미사 G장조)의 첫 곡인 ‘키리에(자비를 구하는 기도)’ 멜로디가 찬송가 213장”이라면서 “2012년 옥스퍼드대 학술지는 뮐러가 1791년에서 1803년 사이에 미사 G장조를 작곡했다는 자료를 게재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미사 G장조 작곡가가 뮐러라면 이 곡의 멜로디를 딴 찬송가 213장의 작곡가도 당연히 뮐러로 바뀌어야 한다”며 “웨일즈를 제외하곤 전 세계 찬송가 213장의 작곡가가 모차르트로 돼 있다. 한국 찬송가를 비롯해 당연히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전 교수는 작곡가 연구 등을 하다가 작곡가가 바뀌게 된 과정을 추적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출판사 ‘노벨로’가 처음 출판을 잘못하면서 시작됐다. 1819년 노벨로는 ‘모차르트의 미사 12번 G장조(Mozart’s 12th Mass, in G, K.V.232)’ 악보집을 출판했고, 이후 100년 넘게 교회음악 악보집 중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미사 G장조는 6곡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곡 키리에를 비롯해 두 번째 글로리아(대영광송), 세 번째 크레도(신앙고백), 네 번째 상투스(거룩하시다), 다섯 번째 베네딕투스(복 있도다), 여섯 번째 아뉴스데이(하나님의 어린 양)이다. 김 전 교수는 “대영광송이 그 유명한 합창곡 ‘영화롭도다’의 곡조”라고 설명했다.
노벨로판 출판 후 미사 G장조가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이 독일 음악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다. 미사 12번 G장조 ‘대영광송’ 중 ‘성령과 함께’라는 부분이 푸가로 작곡됐는데 모차르트의 일상적 교회음악 작품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가 각 성부에 장기적이며 규칙적인 모방·반복을 행하면서 이뤄지는 악곡 형식이다.
1862년 모차르트 연구가 쾨헬(1800∼1877)은 모차르트의 전 작품을 연대순으로 목록을 만들어 편찬했다. 모차르트 작품 번호를 쾨헬 번호(K 또는 KV)로 표시했다. 쾨헬 사후에도 새로 발견되거나 연대가 바뀐 곡들을 수정해 지금까지 여덟 번의 개정판이 나왔다.
쾨헬은 처음부터 미사 G장조를 ‘K.Anh.232’로 분류했다. 모차르트의 작품이 확실치 않은 것으로 분류할 땐 ‘Anh.’으로 표시했는데, 이는 독일어로 부록이라는 단어 ‘Anhang’의 약자다. 1905년 쾨헬 개정판 제2판에선 미사 G장조를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작품번호를 ‘K.Anh.C1.04’로 수정했다. ‘Anh.C’는 모차르트의 작품이 아닌 작품들의 분류번호다.
2012년 영국 옥스퍼드대 도서관 카탈로그에서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부터 1803년 사이 뮐러가 미사 G장조를 작곡한 사실을 확인해주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후 미사 G장조는 뮐러 작품으로 수정돼 출판되고 있지만, 찬송가 213장과 합창곡 ‘영화롭도다’는 여전히 모차르트 곡으로 알려져 있다.
뮐러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인기있는 작곡가로 무대 작품을 비롯한 25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김 전 교수는 ‘똑똑똑 문 좀 열어주세요’ ‘나의 한 가지 소원’ ‘우리는 세상의 빛’ 등 어린이 찬송가와 어린이 칸타타 등 200여 곡을 작곡했다. 교회음악아카데미와 서울바하합창단을 창단했고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장,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 추계예술대 성악과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 남대문교회 은퇴장로이면서 시온찬양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교수가 지휘자로 있는 서울바하합창단은 다음 달 26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에서 ‘W. 뮐러의 미사 G장조’를 주제로 세미나 음악회를 개최한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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