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닥공, ‘항서 매직’ 허물다

‘박항서 매직’에 대비한 김학범호의 해법은 ‘닥공’이었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에서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승우를 동시에 선발 투입하는 승부수로 3대 1 승리, 결승전에 진출했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선수들의 병역 혜택까지는 단 1승이 남았다.

공격수들을 대거 투입한 성과는 전반 6분의 선제골로 나타났다. 황희찬이 다리 사이로 기가 막힌 트래핑을 성공하며 상대 수비수를 벗겨냈다. 이어 전방의 황의조를 향해 전진 패스를 찔렀다. 집중 마크를 당한 황의조가 쓰러졌지만 볼은 달려들던 이승우에게 연결됐다. 이승우가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침착하게 왼발로 슈팅한 볼은 골문 상단에 꽂혔다.

지칠 줄 모르는 한국의 공격을 베트남 수비는 감당하지 못했다. 추가골의 주인공은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인 황의조였고, 황의조의 득점을 도운 건 이번에도 손흥민이었다. 전반 28분 손흥민이 후방에서 넘어온 볼의 방향을 살짝 틀어 페널티박스 안으로 흘렸다. 볼은 골문으로 달리던 황의조에게 정확히 도착했고, 황의조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며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전반을 2-0으로 마무리한 한국은 후반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승우는 멀티골을 완성했다. 후반 10분 황희찬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으로 빠르게 들어가던 이승우는 이번에는 오른발로 베트남 골망을 갈랐다. 3-0. 속도감 있는 원투 패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베트남의 수비수들은 잔디를 차며 짜증을 냈다.

박항서 매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헤아’ 조현우도 베트남의 프리킥 한방에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25분 한국 진영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쩐민브엉이 오른발로 감아차 만든 골이었다. 조현우가 즉각 몸을 날렸지만 볼이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향했다.

1-3을 만든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더 이상의 추가실점 없이 베트남의 공격을 막아냈다. 몇 차례의 슈팅이 있었지만 조현우가 선방을 펼쳤다. 한국은 후반전에 공격의 핵심인 황의조와 손흥민을 불러들여 체력을 안배했다.

이날 대결은 한국인 감독들의 대결로도 주목받았다. 베트남을 이끄는 박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촬영을 할 때 한국 벤치를 찾아 김학범 감독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 감독은 먼저 준결승전에 오른 뒤 “(박 감독이)정말 대단하다. 아주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팀을 만들었다”고 칭찬했었다.

훈훈한 ‘코리안 더비’의 모습은 거기까지였다. 두 감독은 사이드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치며 독려했다. 선수들도 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부딪히고 쓰러졌다. 이승우가 쓰러져 있는데도 베트남이 계속 공격을 시도하자 손흥민이 볼을 내찬 뒤 항의하는 장면도 있었다.

치비농=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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