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황의조, 황의조… 우승길 열었다

전광판의 점수는 3-3, 시계는 연장 후반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비를 등진 채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선 황의조가 자신에게 굴러오는 볼을 발끝으로 하늘에 띄웠다. 황의조는 순간적으로 돌아섰고, 우즈베키스탄 수비는 그를 잡아챌 수밖에 없었다. 페널티킥 선언, 키커는 황희찬. 휘슬이 울린 뒤 황희찬의 발끝을 떠난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았지만 골문 오른쪽 아래를 파고들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어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4대 3으로 승리했다. 선제골, 추가골, 동점골로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연장 후반엔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낸 원톱 황의조가 최대 수훈갑이었다. 120분의 접전 끝에 준결승전 진출을 확정한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4-2-3-1의 포메이션으로 나온 한국은 초반에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에이스 손흥민이 후방에서 넘어온 볼을 몰고 쇄도하다가 오른쪽의 황의조에게 내줬다. 이를 받은 황의조는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5분 만에 골맛을 본 황의조는 전반 34분에도 감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한때 중앙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했던 우즈벡도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1-2로 끌려가던 우즈벡은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비 조직력을 흔들기 시작했고, 후반 7분과 10분에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역전했다. 후반 10분의 골은 정면에서의 중거리슛이 우리 선수의 몸에 맞아 굴절된 것이었다. 우즈벡은 이후에는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한국을 괴롭혔다. 약간의 접촉에도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2-3에서 후반전 시계가 30분을 향해 가던 상황, 패배의 그림자를 걷어낸 것은 이번에도 황의조였다. 후반 30분 우즈벡 문전 앞으로 쇄도하는 황의조의 발밑에 손흥민의 패스가 정확히 도착했다. 황의조는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며 침착하게 오른발로 공을 감아 찼다. 3-3을 만드는 동점골, 황의조는 해트트릭 세리머니를 펼치지도 않고 골망의 공을 꺼내러 달려갔다.

김학범호의 구심점인 손흥민은 이날 윙백처럼 헌신적인 플레이를 했다. 공격수인 그는 우즈벡이 공세를 펼치면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우즈벡 공격진과 볼을 경합했다. 플레이가 멈춘 상황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양팔을 휘저어 가며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자신이 골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컨디션이 좋은 황의조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국은 연장 전반 11분 수적 우위를 얻었다. 우즈벡의 두 번째 골을 넣었던 알리바예프가 이승우를 밀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었다. 이후 쉬지 않고 몰아치던 한국은 해결사 황의조의 개인기로 천금의 페널티킥을 얻었고, 난타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브카시=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