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생명존중·자살예방 더 앞장서야”

민트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 1만여명이 도로 위를 가득 채우며 걷는다. 호수공원 한가운데 마련된 무대에서는 가수들이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자고 노래한다. 지난해 9월 17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가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안산 생명사랑걷기축제’의 한 풍경이다. 사회문제가 된 자살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교회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행사였다. 꿈의교회는 올해도 지역 사회복지센터와 함께 또다시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도 오는 10월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을 강조하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사랑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정죄하는 데 그쳤던 교회가 지금은 유가족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건네고 자살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살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이 달라지면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최초로 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대책을 계획했다. 보건복지부는 자살동향 감시체계 구축과 자살 유가족 사후관리 등의 행동계획을 통해 자살률을 2016년 인구 10만명당 26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도 기독교 등 종교계와 함께 자살 시도자와 유가족 등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생명을 살리는 한국교회’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더 많은 교회가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돈 대표는 자살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자살을 어떻게 보고 유가족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묻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목회자들이 먼저 설교문을 보내와 확인을 요청하는 등 설교에서도 자살과 생명에 대한 내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용택 라이프호프 이사장은 자신의 목회 경험을 통해 생명존중 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자살은 당사자를 넘어 유가족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과거 목회하던 교회에서 자살을 선택한 교인의 유가족들이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라이프호프는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생명보듬주일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세계 자살의 날(9월 10일)을 앞두고 다음 달 1일부터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안양, 서울, 충남 천안 등 7개 지역에서 걷기대회를 실시하는 등 생명존중문화 정착을 위한 행사들을 전개한다.

조 대표는 “교회가 나서 생명존중 캠페인을 진행하면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 지역 인사들도 관심을 갖고 인식이 달라진다”면서 “작은 교회도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민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안양시에서 생명존중 캠페인을 시민축제로 발전시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안양감리교회가 NGO 등 생명존중 캠페인을 기획하는 단체를 만들어 봉사하면서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생명존중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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