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단절 아니라 세상 향한 거룩한 영성 기릅니다

Է:2018-07-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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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최초 ‘충주 봉쇄수도원’ 설립한 강문호 목사

세상과의 단절 아니라 세상 향한 거룩한 영성 기릅니다
충주 봉쇄수도원장 강문호 목사가 지난 25일 수도원 규칙인 ‘청빈 순결 순복 노동 정주’가 새겨진 표지석 앞에서 “개신교 수도원 영성을 한국교회에 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충주=강민석 선임기자
세상과의 단절 아니라 세상 향한 거룩한 영성 기릅니다
수도원 전경. 연못과 세미나실 건물이 보인다. 충주=강민석 선임기자
세상과의 단절 아니라 세상 향한 거룩한 영성 기릅니다
도서실 내부 모습. 충주=강민석 선임기자
100년 넘은 향나무와 70년 된 잣나무 숲 사이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교된 3칸짜리 교사(校舍)와 신축 숙소 두 동, 그림 같은 기도실들이었다. 주차장 앞에 설치된 거대한 지표석 위에 글자 10개가 도드라졌다. ‘청빈 순결 순복 노동 정주’. 지난달 대지 1만230㎡(3100평) 위에 개원한 개신교 최초 충북 ‘충주 봉쇄수도원’ 풍경이다.

지난 25일 찾아간 수도원은 해발 500m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사방은 산과 하늘뿐이었다. 지형 자체만으로도 이미 ‘봉쇄된’ 형국이었다. 봉쇄수도원이란 수도사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봉쇄란 굳게 잠금, 혹은 드나들지 못하게 둘러막는 것을 뜻한다.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 소속 수도사들은 담장 높은 봉쇄수도원에서 죽을 때까지 살며 말씀 묵상과 기도, 노동 등을 통해 자신들의 신앙을 추구해 왔다. 그 역사도 1600년이나 지속됐다. 충주 봉쇄수도원은 전통적 봉쇄수도원의 이 같은 외형과 형식을 차용하면서 개신교 영성을 추구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도원장 강문호(69·갈보리교회) 목사는 “이곳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돈과 음란, 배교의 문화를 이길 수 있는 청빈과 거룩, ‘오직 예수’의 영성을 만들기 위한 장소가 될 것”이라며 “세상과 단절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거룩의 영성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원은 내년 1월 1일부터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강 목사는 5년 전부터 봉쇄수도원 설립을 준비해 왔다. 2년 전엔 이스라엘에 흩어져 있는 300여개의 수도원 중 91개를 직접 방문했고 지난 2일부터 나흘 동안은 ‘그리스정교회의 성지’로 불리는 아토스산(Mount Athos)을 탐방했다. 아토스산은 그리스의 마케도니아에 있는 반도로 20개의 대수도원이 있다. 산과 수도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1200년간 남자 수도사만 살고 있다. 강 목사는 이곳 수도원 중 라브라수도원 등 3곳을 방문했다.

그는 수도원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충주 봉쇄수도원에 적용할 규칙 등을 구상했다. 그중 하나는 성경 묵상법인 ‘렉시오 디비나’이다. 강 목사는 “렉시오 디비나는 식사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말씀) 보기 찍기 씹기 넘기기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말씀 앞에 자신을 낮추며 티끌과 지렁이보다 못한 나 자신, 죄인 중의 괴수인 내 모습을 불쌍히 여겨 달라는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내년 3월 은퇴를 앞둔 강 목사는 올 11월 첫 주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강 목사와 함께 여섯 가정이 들어온다. 일단 들어오면 다섯 가지 예외적 사안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부모 사망, 병원 방문, 선거일, 수도원 교류, 휴가(2년에 2달)이다.

현재 충주 봉쇄수도원은 본격 운영에 앞서 정주와 노동을 위한 터 잡기 공사가 한창이다. 강 목사는 서울과 충주를 오가며 첫 개신교 수도원으로서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인 수도원 사역 내용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수도원 영성 흘리기(monastery stay), 수도학교, 렉시오 디비나, 성경공부(성막 성전 종말론), 목회자 영성 및 주일 준비처, 수도사 파송 등이다. 여기에 신혼부부 첫 출발지, 수도원교회, 자립농장 사역까지 준비 중이다. 수도사 파송은 해외 수도원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강 목사는 “아토스산을 방문했을 때 현지 수도사가 한국인 수도사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며 “서구에서는 수도사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 봉쇄수도원은 지난 2년간 43명의 수도사 후보생을 모집해 훈련해 왔다. 이들에게 수도사 안수를 주고 유럽의 개신교 수도원에 파송할 계획이다.

충주 봉쇄수도원이 조성되기까지 오해도 많았다. 강 목사는 “은퇴 준비를 하는 거냐, 사유재산을 남기려 하는 거냐 등의 말도 있었다”며 “교회의 재정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모두 뜻있는 신자들의 헌금으로 이루어졌다. 공동재산으로 사단법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강 목사의 요즘 수도원 생활은 9.9㎡(3평) 남짓한 기도실에서 홀로 성경읽기와 기도에 전념하는 것이다. 기도실에는 그동안 강 목사가 읽었다는 200여권의 수도원 관련 서적이 비치돼 있다. 개원 첫날 말씀을 읽고 기도하면서 떠오른 내용을 ‘기도선언문’으로 정리했다. A4 용지 크기의 선언문 첫 줄은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이 수도원에 나무를 심어 그 가지와 잎이 온 세상에 퍼지게 할 것입니다. 거룩하게 살고 싶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진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 수도원을 찾아올 것입니다. 이 수도원을 찾는 이들의 영혼은 아름답게 신부 단장하여 나가게 될 것입니다.”

충주=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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