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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임위원장 임기 쪼개기…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인선 결과는 우리 국회가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법 제41조에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는데 18개 상임위 가운데 8곳의 위원장 임기가 1년으로 결정됐다. 위원장 자리 수보다 원하는 의원들이 많다보니 여러 의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시작된 임기 쪼개기는 19대, 20대 국회를 거치면서 관행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이런 행태는 여와 야를 가리지 않는데 이번에는 특히 도가 지나치다.

자유한국당 몫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안상수 의원이 먼저 6개월을 한 뒤 남은 기간은 황영철 의원이 맡기로 했다. 내년 초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안 의원의 구상 때문에 이런 기형적인 임기가 됐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몫인 행정안전위와 여성가족위 위원장의 경우도 기이함은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인재근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1년간 각각 행안위와 여가위 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1년은 서로 자리를 맞바꾸기로 했다. 민주당이 배분받은 8개 상임위 가운데 두 상임위를 여성 의원 몫으로 할당했는데 차례가 돌아온 두 의원이 여가위원장을 맡지 않으려고 해 이런 식으로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회 상임위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핵심 기관이다. 소관 정부 부처의 안건을 심사하고 상시 감시하며 관련 법률안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활동을 이끌어가는 상임위원장은 경륜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국회법에 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여야는 편법으로 임기 쪼개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행안위, 여가위, 환경노동위, 외교통일위, 정보위, 교육위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은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한 이력이 없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나 사명감은 뒷전으로 제쳐두고 체면치레용 감투, 월 600만원의 특수활동비, 소관 부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 등 특권에 눈이 멀어 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접을 수 없다. 이런 위원장들이 상임위를 제대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니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불신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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