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위해 체력검사 완화?… 논란 불붙인 경찰청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경이 남성 경찰과 동등하게 치안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경찰 안팎에서 일고 있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다. 그는 “(체력검사) 평가 종목인 100m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에 비해 체력이 약한 여경의 비율을 늘리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여성학 박사인 이 담당관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과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지냈고 지난해 4월 경찰에 특채됐다.

이 담당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일까지 그의 해임이나 징계,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 7건이 게재됐다.

해임을 요구한 청원인은 “물리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팔굽혀펴기 하나 못하는 여경이 나를 도우러 온다면 내 생명이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해임 청원에는 현재 6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담당관의 발언에 동의와 반대가 엇갈린다. 서울 A경찰서 이모 경사는 “집회 등에서 충돌이 발생 시 이를 관리하는 힘든 일을 주로 남성이 한다”며 “여경이 늘어나면 그만큼 기동대 등에서 남성이 줄어들 것이므로 체력을 갖춘 여성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서울 B경찰서 형사과 김모 경위는 “여성이 정보나 수사 파트에서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경을 늘려 적합한 분야에 배치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경찰 준비생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순경 채용시험을 준비 중인 김희나(24·여)씨는 “단순히 여성을 많이 뽑기 위해 체력과 같이 경찰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능력을 부정하거나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순경 채용시험은 합격자 결정에 필기시험 50%, 체력검사 25%, 면접시험 25%를 반영한다. 체력검사 항목은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악력, 팔굽혀펴기 등 5개다. 항목별로 성과에 따라 1점부터 10점까지 받는다.

지금 추세라면 여경의 비율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도부터 경찰대학·간부후보생 성별 구분모집이 폐지되며 경찰청은 현재 10% 정도인 여경 비율을 2022년까지 1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경 채용 시 신체적 능력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제 어디서든 범법자를 마주할 수 있으므로 경찰에게 체력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담당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경찰 채용에 적합한 체력검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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