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플라이·희생번트… 기독교 정신 닮은 야구 선교 도구로 딱이죠”

5회말 투아웃. 선수는 짧은 기도 후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의 직구가 날아왔다. 둘, 셋 깡! 배트 중간에 제대로 맞았다. 2루수 글러브에 맞고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 선수는 금세 1루를 돌아 2루에서 왼쪽 다리를 쭉 뻗으며 슬라이딩. 심판의 세이프 선언과 동시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프로야구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 모란야구장에서 열린 SDG(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을 위해)야구단의 경기 장면이다. 2014년 창단된 SDG야구단은 목사 전도사, 일반 신자 등 25명이 함께 어울리는 기독교 사회인 야구팀이다. 매주 월요일 모란평일리그(3부)와 크낙새리그 경기를 번갈아 치른다. SDG야구단은 지난 3월 리그를 시작한 이래 통산 11경기에서 7승을 거둔 ‘6할 승률’ 팀이다.

야구단에 소속된 목회자들은 마운드와 타석에 들어서는 월요일 오전이면 야구 선수로 변한다. 배트를 정렬하고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눈빛도 달라진다. 감독인 설정훈(42) 의왕 경기중앙교회 목사가 타순을 발표하는 시간이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포수와 캐치볼로 어깨를 풀고 있던 선발투수 정용주(42) 성남 세움교회 목사는 “다이아몬드(내야) 안에서는 모두 선수”라면서 “예배, 기도회 등 일정이 많아 취미를 갖기 어려운 목회자의 삶에서 야구는 한 줄기 단비”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결과는 0대 7. SDG야구단의 패배로 끝났다. 3회에 터진 상대 팀의 3점 홈런과 전체 7이닝 중 5이닝을 소화한 상대 선발투수의 호투에 막혔다. 지난해 다승왕 윤진규(48) 과천교회 부목사의 등판도 기울어진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타선도 장단 4안타를 쳤지만 점수로 이어지지 못했다. 설 감독은 “리그 선두를 상대로 졌지만 상대 전적은 2승1패로 우위”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점수를 내지 못했다”며 아쉬운 듯 배트를 매만졌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패인을 분석하느라 한동안 더그아웃을 떠나지 못했다.

선수들은 야구에 성경적 가치가 담겨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격수 장재소(48) 서울 신광교회 부목사는 “야구는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등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이 담긴 유일한 스포츠”라며 “그리스도의 정신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지명타자 강유겸(45) 서울 두드림교회 목사도 “야구는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기독교인도 결국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는 삶을 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에게 야구는 취미를 넘어 선교의 수단이다. 최근 SDG야구단은 라오스 선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라오스 최초의 유소년 야구팀 ‘라오J브라더스’와 화성 드림파크에서 경기를 가졌다. 야구단에서 활동하던 한 목회자가 라오스 현지 선교사로 파송돼 활동하다가 연결됐다.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과 협력해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SDG야구단은 내년 1월 라오스 현지에서 열리는 ‘제4회 한국-라오스 국제 야구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대회는 한국, 라오스, 현지 일본 교민팀 등이 참가한다. 강 목사는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선 직접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야구 등 스포츠와 접목하는 게 선교에 효과적”이라며 “용품 후원과 야구장 건축, 현지 교회 설립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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